경서 친구 경서
경서 친구 경서
서울예술대학에서 극작을 공부했습니다. 만화, 영화,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재미있는 작품은 보고 또 봅니다. 지금까지 했던 일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 글 쓰는 일이었습니다. 만화나 영화처럼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경서 친구 경서》는 세상에 내놓은 첫 책입니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했습니다. 어린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엄마가 되면서부터입니다. 《경서 친구 경서》, 《나는 나의 주인》, 《악어 우리나》, 《생각한다는 건 뭘까?》, 《생태 통로》, 《나의 수호천사 나무》를 비롯한 여러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때리는 경서, 맞는 경서, 함께 폭력에 맞서다!
나, 강경서, 주먹만큼은 남자애들한테도 빠지지 않는다. 박진철을 닥치게 하는 데도 주먹만 한 것이 없다. 녀석이 먼저 깐족거렸으니 맞아도 싸다고 생각한다. 아니, 생각했다.
강경서는 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싸움꾼이다.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이유 없이 주먹을 휘두르진 않는다. 박진철 패거리에게 얕보이지 않으려고, 더는 지분거리지 못하게 하려고, 자신과 친구들을 지키려고 주먹을 드는 것뿐이다. 담임의 귀염둥이이자 학부모회장의 아들인 박진철에게 밀리지 않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주먹밖에 없으니까.
경서가 처음 박진철에게 주먹을 휘두른 건 친구 영라 때문이다. 박진철이 영라의 브래지어 끈을 마구 잡아당기며 아줌마라고 놀리는 꼴을 그냥 보아 넘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누구한테도 지고는 못 사는 녀석이 여자애한테 맞고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경서는 걸핏하면 시비를 걸어오는 박진철을 상대하느라 온몸에 멍이 가실 날이 없다. 담임은 사정도 모르면서 경서를 사고뭉치 취급한다. 엄마는 한 번만 더 싸우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경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제 행동이 잘못됐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박진철이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작신작신 밟아 주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담임이 뭐라고 하든, 제 행동은 정당하고 또 정의로우니까.
그런데 자신과 이름이 같은 전학생 서경서의 비밀을 알게 된 뒤로 전처럼 주먹이 막 나가지 않는다. 서경서가 제 몸에 손만 갖다 대도 질색하는 이유, 친구들 앞에서 체육복 갈아입기를 꺼리는 이유, 걸핏하면 감기 몸살을 핑계로 결석하는 이유를 알게 된 뒤로 말이다.
경서는 비밀을 지켜 달라는 서경서의 부탁을 들어주려 한다. 친구의 부탁이기도 하지만 어린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까닭이다. 솔직히 어른들에게 털어놓는다고 해도 별 뾰족한 수가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엊저녁까지 함께 놀았던 서경서가 또 감기로 결석한다는 담임의 말을 듣고 나니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무자비한 폭력 앞에 무방비하게 내던져진 친구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는 순간, 경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달리기 시작한다!
정당한 폭력은 없다
강경서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흔히 일어나는 폭력의 흔한 가해자이다. 그러나 자신이 가해자라는 자각은 조금도 없다. 자신이 휘두르는 폭력은 그저 정당방위이거나 정당한 응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박진철과의 갈등을 해결할 방법도 더 강한 폭력밖에 없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