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스타트
모두의 스타트
종이 신문의 잉크 냄새와 그윽한 커피 향을 좋아하는 초등 교사. 이름 첫 글자를 따서 ‘신나게! 배우는! 화목한 교실’을 모토로 삼아, 매일 아침 설레는 발걸음으로 아이들을 만납니다.
학교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콕 아이》, 《매직 닥터와 신비한 마스크》, 《아리야, 내 마음을 알아줘》, 《윤서는 할머니와 단둘이 산다》, 《결국 인성이 이긴다》, 《선생님의 생각》 들을 썼습니다. 그간의 작품들은 진정성과 작품성을 두루 인정받아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경기도 우수 출판물 제작 지원 도서’, ‘아침독서 추천도서’ 들에 선정되었습니다.
20cello@naver.com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만화 창작을 전공했고, 웹툰 플랫폼 봄툰에서 단편 〈봉숭아 물〉로 데뷔했습니다. 배틀 코믹스에서 〈숲속 이야기〉, 버프툰에서 〈사랑 양장점〉, 리디북스에서 〈아삭아삭 테이블〉을 작업했습니다. 그린 동화로 《광화문 해치에 귀신이 산다》, 《고스트 프렌드》 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따뜻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개요
열한 살 예나는 엄마 등쌀에 못 이겨 수영장을 다니게 된다. 그곳에서 예나는 돌고래처럼 물살을 가르는 아이를 만난다. 평소에는 휠체어를 타지만, 물속에선 누구보다 빠르고 자유로운 아이, 수영이다. 예나는 수영이와 친해지면서, 수영이 일이라면 마치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는 현아와도 친구가 된다. 셋은 새콤달콤한 오미자차를 나눠 마시며 우정을 쌓아 간다. 다가오는 대회를 위해 수영은 날마다 연습에 매달리고, 예나와 현아는 응원하며 지켜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회 당일.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해 온 수영이 앞에 예상치 못한 벽이 나타난다. 경기장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것. 심지어 운영 측은 규정을 내세워 책임을 선수 탓으로 돌린다. 아이들은 이 부조리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목소리를 내기로 하는데……. 아이들 시선으로 ‘장애인 이동권’을 바라보며, 기계적인 평등이 아닌 ‘서로의 다름을 살피는 진정한 평등’을 이야기하는 작품.
‘당연한 권리’를 위해 나선
오미자 삼총사의 당당한 외침
책읽는곰 ‘큰곰자리 중학년’ 시리즈 다섯 번째 동화 《모두의 스타트》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수영장을 배경으로, 장애 아동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편견과 물리적 문턱을 아이들 시선으로 보여 줍니다.
예나는 건강 검진에서 체지방률이 높다는 결과를 받고 엄마 손에 이끌려 억지로 수영장에 등록합니다. 운동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 예나와 달리, 그곳에는 ‘수영을 찐으로 좋아하는’ 진수영이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수영이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돌고래’라는 별명답게 물속에서는 누구보다 자유롭게 물살을 가릅니다. 대회 준비를 위해 떡볶이도 마다할 만큼 대단한 연습 벌레기도 하지요.
하지만 수영이 앞에 커다란 벽이 나타납니다. 그건 자신의 수영 실력도, 무시무시한 라이벌도 아닌, ‘고장 난 엘리베이터’입니다. 수영이가 경기장으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엘리베이터가 하필 경기 날 고장 난 겁니다. 비장애인에게는 ‘불편함’으로 끝날 일이, 수영이에게는 꿈을 향한 출발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 된 것입니다. 더 기가 막힌 건 어른들 태도입니다. 경기 운영 측은 ‘제때 오지 못한 선수 탓’이라며 수영이 탓을 하기 바쁩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지켜보던 수영이와 두 친구, 이른바 ‘오미자 삼총사’는 가만히 있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기로 한 것이지요.
장애와 비장애, 경계를 넘어
함께 물살을 가르는 ‘우리의 스타트’
최근 우리 사회는 장애인 이동권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사회 인식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채 멈춰 서 있습니다. 휠체어를 탄 채로는 집 앞 편의점에 들어가는 일조차 문턱 하나에 막히기 쉽고,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는 일상마저 매번 권리를 요구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모두의 스타트》는 이 벽을 허무는 용기 있는 ‘시작’을 이야기합니다. 제목인 ‘스타트’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수영을 시작하는 동작이자, 우리 사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야 할 기회의 시작을 뜻하기도 하지요.
‘배리어 프리(Barrier-free)’란 휠체어 이용자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다름없이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자는 운동을 말합니다. 우리는 흔히 배리어 프리를 ‘특별한 배려’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배리어 프리는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 권리’입니다. 이 메시지는 수영이와 예나가 화장실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휠체어가 들어가기엔 너무 좁은 칸, 미끄러운 바닥, 당겨야만 열리는 문 때문에 화장실 한 번 가는 것도 큰 결심이 필요하다는 수영이의 고백은 배리어 프리가 왜 배려가 아닌 기본 권리인지를 보여 줍니다.
출발선은 달라도,
모두가 평등하게 ‘스타트’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아가는 아이들의 눈부신 우정
작품에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현실적인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장애인이라고 우리보다 혜택 많이 받는 건 불공평하지.”라며 툴툴거리는 수영장 아이들이나, 악의는 없지만 수영이를 ‘불쌍한 애’로 단정 짓고 안쓰럽게 여기는 할머니가 등장하지요. 하지만 예나와 현아에게 수영이는 ‘도와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웃고, 놀고, 고민을 나누는 ‘친구’일 뿐입니다. 두 아이가 수영이를 위해 나선 이유도 단순합니다. 친구가 마땅히 누려야 할 기회를 빼앗겼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 목소리는 라이브 방송을 타고 경기장을 넘어 사회로 퍼져 나갑니다. “같은 출발선에 서기 위해 누군가는 더 많은 벽을 넘어야 한다면, 그건 공정한 경기인가?”라는 아이들의 의문은 규정만을 내세우던 어른들의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화면 너머로 응원을 보내는 시민들 모습은 이 문제가 수영이만의 불행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임을 일깨워 줍니다.
신배화 작가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밝고 경쾌하게 풀어냈습니다. 아직은 판타지처럼 보이는 ‘희망’을 이야기에서 보여 주며, 성숙한 시민 의식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 주지요. 수영이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말하고 요구하며 나아가는 아이로 그려집니다. 화자인 예나의 능청스러운 말투는 이야기에 생기를 더하고요. 또한 불곰 작가의 그림은 물속을 가르는 수영이의 자유로움과 오미자 삼총사의 당당한 에너지를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세상이 바뀌는 속도는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보다 느릴지 모르지만, 수영이와 친구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 ‘오미자 삼총사’의 용기 있는 외침이 더 공정한 내일을 만드는 발걸음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