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제3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심사평
제3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교양(논픽션) 대상 :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경제학》
심사평
심사를 맡게 되어 세운 심사 기준은 ‘어린이 교양이라는 모집 부문에 적합한 책인가?’, ‘초등 교사로서 우리 반 학급 문고에 두고 싶은 책인가?’, ‘교실에 두었을 때 아이들이 스스로 꺼내 읽을 책인가?’였다.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담긴 일인지 잘 알고 있기에 다른 사람의 책을 평가하고 심사한다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기준에서 출품작을 살펴보고 심사를 진행하였다.
대상작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경제학》은 유일하게 세 명의 심사 위원 모두가 본심에 선정한 작품이다. 그만큼 책의 구성이 교양이라는 부문에 적합했으며, 교실에 가져다 두고 싶은, 꺼내 보고 싶은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경제 개념을 역사적 사례와 연결하여 풀어낸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냉장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생활과 경제에 미친 영향을 실질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하며, 경제가 단순한 숫자나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어린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이야기 방식으로 경제 개념을 풀어낸 점이 강점이었다. 심사 위원이 아닌 한 명의 독자로서 흥미롭게 책의 내용을 읽어 나가는 순간이 많았다. 용어가 어려워 초등학생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점, 이야기와 개념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보완된다면 더욱 탄탄한 어린이 교양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를 위한 7942(친구사이) 우정 레시피》는 교실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대화법을 활용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며, 어린이 독자가 직접 적용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꺼내 읽으며 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인 도서라는 점에서 교실에 비치하기 좋은 책으로 보인다. 다만, 같은 해결 방식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구성은 다소 단조로울 수 있으며, 감정적인 위로나 관계의 유연성을 고려한 다양한 접근이 보완된다면 좋겠다. 《괴물과 함께하는 과학 시간》은 신화와 전설 속 괴물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책으로, 구성이 재미있다. 좀비, 드래건, 프랑켄슈타인, 구미호 등 상상 속 존재들을 통해 생물학, 물리학, 화학 등의 과학 개념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좀비 같은 생물이 실제로 있을까?’, ‘드래건이 불을 내뿜을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과학적 탐구를 유도하는 점이 돋보였다. 상상력과 과학적 사고를 함께 키울 수 있는 기획이었지만, 개별 주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단편적으로 나열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과학적 개념이 깊이 있게 다뤄지기보다는 흥미 위주의 접근이 강했던 점도 아쉬웠다.
이번 본심작들은 어린이 교양서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어린이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좋은’ 어린이 교양 도서는 쉽지만 유치하지 않고, 깊이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아야 하며,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꺼내 읽고 싶어지는 교양서가 더욱 많아지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더욱 깊이 있고 창의적인 도서들이 출간되기를 바란다.
교양(논픽션) 심사 위원 옥효진
작가로 데뷔한 지 스무 해가 넘었지만, 여전히 가장 쓰기 어려운 책은 어린이 정보책입니다. 첫 번째 어려움은 각 발달 단계의 아이들에게 알맞은 지식과 개념의 균형을 잡는 것입니다. 발달 단계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지식의 가짓수와 개념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선정한 지식과 개념을 맛과 영양이 골고루 포함되게 잘 버무리고, 아이들의 눈길과 입맛을 사로잡는 흥밋거리로 장식하는 동시에, 아이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된 식습관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공모전 응모작들은 면면이 새로워 신선했고, 아쉬워 안타까웠습니다. 《봄이 왔어요》는 귀여운 그림체와 반복적인 리듬감이 흥미로워 눈에 띄었지만, 겨울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아쉬웠습니다. 《냉이꽃이 피었어요》는 지식과 감성을 골고루 제공했지만, 너무 한 가지 소재에만 치중해 분야가 협소해 아쉬웠고요. 《처음 만나는 고전》과 《괴물과 함께하는 과학 시간》, 《우리나라 여성 사전-고대》는 소재도 눈에 띄고 종류도 다양했지만, 각 에피소드의 배열과 구성의 구조화가 부족해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저자의 의도가 뚜렷이 보이지 않아 인상이 흐릿해 안타까웠습니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좋은 책이 될 수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 점에서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경제학》은 신선한 소재와 충분하고 다양한 정보, 스토리텔링과 관련 지식의 조화, 뚜렷하고 분명한 주제가 잘 어우러져 읽는 재미와 아는 즐거움에 모두 접근한 작품으로, 심사 위원들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았습니다. 조금 넘치는 정보만 살짝 덜어 낸다면 더없이 좋은 책으로 거듭날 듯합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심사였지만, 매번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일은 즐겁고 묵직한 경험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작가님들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교양(논픽션) 심사 위원 이은희
어린이에게 지식은 이해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발견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늘 세상에 있었을 것만 같은 쌀이 사실은 1만여 년 전에 처음 등장한 최신 종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 지구 내부에는 맨틀과 외핵, 내핵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 물고기처럼 생긴 고래가 원래는 코끼리나 하마 같은 포유류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 신기하고 낯선 발견을 할 때마다 아이는 세상의 경이로움에 눈뜨고, 앎의 짜릿한 즐거움을 깨닫게 됩니다. ‘헉, 그런 거였어?’ 하고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이지요. 이런 경험은 세상에 대한 아이의 호기심을 강력하게 추동하게 마련입니다. 좋은 교양 도서는 아이에게 이런 발견의 순간을 선사합니다. 그 교양 도서가 아이의 허를 찌른다면 단 한 권만으로도 아이는 빛나는 눈으로 자신의 존재와 세상을 들여다보는 사람, 넘치는 지적 호기심으로 세상을 탐구하는 역동적인 존재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되지요. 책 한 권이 아이의 ‘얼어붙은 내면의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는 겁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경제학》은 교양 도서로서의 장점이 충분한 작품입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낯설고 신기한 지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컵에 담긴 얼음을 보고, 동네 골목에 있는 편의점 간판을 보고,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경이로워할 어린 독자의 모습을 떠올리니 괜히 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네요.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경제학》 외에 《냉이꽃이 피었어요》, 《어린이를 위한 7942(친구사이) 우정 레시피》가 교양 부문 본심에 올랐습니다. 《냉이꽃이 피었어요》는 냉이를 중심으로 방석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책입니다. 저학년 어린이에게 알맞은 정보량, 따뜻한 정서, 작가의 정성이 느껴지는 완성도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지요. 아쉬운 점은 콘텐츠로서 이 책만의 힘, 독창성을 발견하기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이야기 전개와 방석 식물을 소개하는 방식 모두 기존에 흔히 쓰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면이 있었습니다. 솜씨 있는 작가인 만큼 ‘내 콘텐츠만이 가진 힘이 무엇인가’, ‘이번 책의 비장의 무기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작품을 구상한다면 충분히 좋은 책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7942(친구사이) 우정 레시피》는 친구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가를 다룬 책입니다. 어린이가 겪을 수 있는 갈등 상황을 다채롭게 다루고 있어서 아이들의 실생활에 도움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상작으로 뽑기에는 두 가지 점이 아쉬웠습니다. 하나는 아이들이 과연 이 책을 선택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독서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입니다. 다른 하나는 갈등 상황에 대한 해법이 다소 교과서적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많은 경우 책의 해법이 유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에 따라 레시피대로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레시피가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있는 것이지요.
어린이 교양 도서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성인 교양 도서와 구별되는, 별개의 장르입니다. 해당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뛰어난 글솜씨를 갖췄다고 해서 잘 쓸 수 있는 장르가 아니지요.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발견하는 경이로움, “이거 정말 재미있지 않아?” 하고 앎의 즐거움을 전해 주고 싶은 달뜬 마음이 필요합니다. 세상은 대충 보면 따분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이롭습니다. 좋은 어린이 교양 도서는 어린이가 세상의 경이로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통로입니다. 수상하신 작가님, 아쉽게 수상을 놓치신 작가님 모두 그 통로를 열려고 노력하는 분들이지요. 그 노력에 감사의 마음과 응원을 전합니다.
교양(논픽션) 심사 위원 최승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