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제3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심사평
제3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장편 동화 대상 :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
장편 동화 우수상 : 《토끼의 마음》
심사평
제3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장편 동화 공모에는 놀라울 만큼 다채로운 투고작들이 모여들었다. 문학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과 나누어야 할 대화의 내용과 형식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아쉬운 원고들도 더러 있었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더라도 어린이의 세계와 감각에 가닿도록 이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마음을 얻기 어렵다. 시리즈 동화로서 잠재력을 지닌 원고도 상당수였으나 시리즈 문법과 패턴을 구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 한 권으로서의 완성도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본심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한 세 작품은 《연의 얼굴》, 《토끼의 마음》,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였다.
《연의 얼굴》은 우리 세계 바깥의 존재가 내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응답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숙고하게 만드는 진지한 작품이다. 인물들이 힘을 모아 불시착한 외계 존재와 소통하고 돕는 장면을 실로 아름답게 그려 낸 점이 주목되었다. 하지만 이미지의 아름다움을 단단히 뒷받침할 만큼의 구체성은 비교적 부족했다. 심사위원들이 가장 많이 우려한 점은 과연 어린이 독자가 어느 인물을 향해 마음을 쏟으며 이 서사를 따라갈 수 있을지였다. 다른 약점으로 지적된 문제는 주변 인물들의 생동감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이는 주제 의식을 구현하기 위해 인물들을 다소간 기능적으로 활용할 때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어린이 독자의 피부에 더 가깝게 와닿는 이야기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토끼의 마음》은 ‘사랑’을 통과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이때의 사랑은 감정이면서 동시에 사건이기도 하다. 작품은 속도와 방향 그 무엇도 제 마음처럼 주체하기 어려운 사랑을 겪으면서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기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며 성장해 가는 어린이의 마음을 설득력 있게 형상화했다. 어린이의 일상과 인물 묘사와 더불어, 읽는 사람의 마음이 간질간질해질 만큼 어린이들의 애틋한 감정을 전달하는 솜씨도 뛰어났다. 근래 속속 발간되고 있는 비슷한 주제의 동화 사이에서 분명한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어린이의 사랑을 다룬 단편 동화의 수에 비해 장편의 두께를 갖춘 이야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사랑으로 울렁이는 시기에 있는 어린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되리라 생각한다.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는 현실성과 환상이 훌륭히 조화하는 작품이다. 환상성은 동화의 오랜 벗이지만 동시에 늘 까다롭다. 잘 쓰인 환상은 우리의 감각을 뒤흔들어 새로운 세상을 선사하지만, 어린이 독자의 욕망을 정확히 겨냥하지 못한다면 자칫 이야기의 매력만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미덕은 환상성을 적재적소에 담아냈다는 점에 있다. 어린이의 마음은 자주 오해되어서, 전해지거나 응답받는 데에 그만큼 자주 실패한다. 소통에서의 충족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얻고 싶어 하는 것이지만 특히 어린이에게는 늘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다. 동화는 말풍선의 상상력을 통해 나의 마음이 닿지 않는 곳을 향해 진심을 전하고, 누군가를 온 마음으로 이해하고 알고 싶은 어린이의 욕망에 다가선다. 작품 속 앵두나무처럼 모든 인물에게 귀 기울이고 이를 서사적으로 책임지려는 작가의 태도도 미더웠다.
긴 시간의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를 대상작, 《토끼의 마음》을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당선자에게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건네며,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앞으로도 활발히 활동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참여해 주신 모든 응모자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면의 한계상 언급하지는 못했으나 저마다의 개성과 미덕을 갖춘 원고들이 적잖았다. 노고가 담긴 작품인 만큼 더욱 갈고 닦아 곧 세상에 내보일 수 있기를 응원한다.
장편 동화 심사 위원 강수환
예심 논의 후 총 아홉 편의 동화가 본심에 올랐다. 공모된 동화 중 상당수는 지나치게 힘이 빠져 있었다. 작가가 어린이의 세계로 뛰어들기를 망설인다면 결코 독자를 끌어들일 수 없다. 배회와 열거의 서사가 아닌, 중심으로 파고들어 가는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오랜 시간 논의된 작품은 《연의 얼굴》, 《토끼의 마음》,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 세 편이었다.
《연의 얼굴》은 각자의 외로움을 지닌 ‘서현우’와 ‘유연’이 외계 생명체 ‘제제’를 소행성으로 돌려보내는 SF다. 섬세한 묘사로 시각적 감흥을 돋우고 이에 걸맞은 서정적 서사는 아름다웠으나, 현우와 아버지의 갈등이 도식적이고 주변 이야기가 헐거운 점이 아쉬웠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토끼의 마음》은 고학년 장편 로맨스 동화다. 자신의 마음을 앞세우거나 욕심부리지 않고 상대의 속도를 존중하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강한 어린이를 절로 응원하게 된다. 주변 인물인 ‘소담’과 ‘유은’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더 다뤄진다면 보다 풍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는 어린이의 간절함이 평범한 존재를 변화시키는 마법으로 시작해 아이들의 고민과 불만, 슬픔을 승화시킨다. 빨간 앵두가 말풍선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는 시각적 효과와 정교하게 짜인 말풍선의 법칙이 이 작품을 탄탄하고 특별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어린이의 현실과 욕망을 끌어 나가는 힘이 돋보여 대상으로 선정했다.
어린이들이 동화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기력이 아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일 것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늘 즐겁지만은 않다는 걸 알기에 보내 주신 모든 원고에 감사를 전한다. 두 수상자분도 축하드리며 어린이의 길에 든든히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장편 동화 심사 위원 김다노
예심에서 눈에 띄는 저학년 동화를 여러 편 만났다. 그중 《자기소개 하는 날》과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를 본심에 올렸다. 《자기소개 하는 날》은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은 최악의 실수가 알고 보면 별일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한 1학년들에게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또 주인공인 아이들을 유치하고 귀엽게 그리지 않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에 수상작이 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 역시 저학년 동화의 장점을 잘 살린 작품이다. 동화 특유의 환상성을 잘 구현하고 있고, 인물과 사건이 선명해 독자들이 지치지 않고 잘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다. 앵두나무의 앵두를 먹고 생긴 말풍선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의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에 신기한 다리가 되어 준다. 말풍선 소동이 아이들에게 뿌듯함과 자기 효능감을 선물해 주는 결말은 동화의 근본을 돌아보게 해 준다. “아이들이 고민을 털어놓으면 함께 고민해 주고, 소원을 빌면 함께 빌어 주면 돼. 조금만 힘을 빌려주면 말이지, 아이들이 알아서 잘 해내거든…” 동화는 문제를 해결하고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고민을 잘 듣고 어려울 때 함께 있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토끼의 마음》은 사랑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알아 가고 한 뼘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사랑은 요즘 우리 동화의 단골 소재 중 하나로,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 작품은 아이들의 사랑을 그저 간질간질하고 달짝지근한 감정 자체로 그리는 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주인공이 사랑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긍정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다만 좋은 사랑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최근 어린이문학의 지형도 안에서 새로운 맛이 다소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다.
수상하신 분들에게 축하를, 응모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언젠가 더 좋은 자리에서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장편 동화 심사 위원 송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