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제4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심사평
제4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교양(논픽션) 대상: 《기술의 역사, 증기 기관차에서 내려 AI에 올라타다》
심사평
어린이 논픽션 책을 제대로 재미있게 잘 쓰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모든 것에 앞서,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완전히 소화하여 쉽게 쓸 뿐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지식을 재창조해야 합니다. 동시에 아이들에게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발견하는 놀라움까지도 선사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작가 여러분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 본심작은 전체적으로 필력이 있었으며 스토리텔링 기법을 쓰는 원고들도 흐름이 자연스러워 좋았습니다. 다만 그림책은 본심에 올리지 못하여 아쉬웠습니다. 그림에는 정성을 들였지만 글은 내용과 재미와 감동이 부족했습니다.
올해의 대상으로 <기술의 역사, 증기 기관차에서 내려 AI에 올라타다>가 선정했습니다. AI 혁명이 시작된 시대에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할 기술의 역사를 제대로 짚어 주는 원고입니다. 말하듯이 전하는 문체를 구사하기 쉽지 않음에도 문장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탄탄하고 풍부하며 완성도가 높습니다. 하나의 기계,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인류 사회가 어떻게 변했고 무엇을 잃었으며 무엇을 얻었는지… 방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손의 기능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기대감을 주며 끝까지 읽게 만드는 필력이 느껴집니다. 많은 응모작과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논픽션 책 사이에서 드물게 스토리텔링 기법이나 교과 연계, 정보 부록 없이 정직하게 쓴 글이라는 점에서도 돋보입니다. 다만 힘 있게 밀고 나가는 앞부분에 비하여 AI 부분이 다소 간략한 느낌입니다.
이번 응모작 중 가장 신선하고 독특했던 원고는 <사라지는 건 사라지지 않는다>였습니다. 원고에 대한 의견이 다소 갈리기는 했으나 저자에게 꼭 격려의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이 원고는 논픽션인데도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생각 또는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학에서 출발하여 내용이 점점 깊어지며, 독자에게 무엇을 선택하고 기억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원고입니다. 기획하기도 쓰기도 쉽지 않은 주제를 택하여 담담하게 쓰고 있어 무척 용감하게 느껴졌고 문학성을 갖추고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문장이 다소 거칠며 내용이 겹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너무 독특한 것이 이 원고의 단점이기도 한데 이 원고에 가장 어울리며 시장성도 있는 ‘책꼴’은 무엇인지 편집자에게 쉽지 않은 과제를 던지기 때문입니다.
<저승 사관의 조선왕조 비밀 톡방>은 아이들이 딱딱하게만 외워야 하느라 역사를 흥미 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기획이라 생각됩니다. 듣고 보면 궁금한, 조선 시대의 생활사가 저자의 의도대로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가상의 톡방에서 저승 사관과 주인공이 대화하는 형식이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일 수 있는데도 자연스럽게 잘 읽힙니다. 다만 꼭지마다 첨부한 부록이 책으로서의 묘미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부록 또한 본문 못지않은 읽을거리여야 합니다.
<라면 요원의 열두 달 안전 대작전>은 억지스러운 설정이 도리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원고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라면을 캐릭터로 만든 점이 신선합니다. 아이들은 안전에 대해 그다지 호기심이 없을 테지만 이 원고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재난이나 사고에 그치지 않고 중독, 아동학대, 문화재 보존, 인권… 같은 사회적인 문제로 이야기를 확장하여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건들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 생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사장님은 5학년>은 제목을 잘 지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기업이 단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를 채우는 중요한 경제 시스템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 줍니다.
학습만화가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어린이책 정보서 시장의 힘든 생태계 가운데서도 좋은 글을 쓰려 애쓰시는 작가님들을 거듭 응원하며 내년을 기대합니다.
교양(논픽션) 심사 위원 김성화
본 심사의 기준은 ‘주제 의식’, ‘창의성’, ‘재미’였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고 가치 있는가? 작가의 독특한 시선과 관점이 있는가?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것인가?
《사라지는 건 사라지지 않는다》는 작가의 새로운 관점이 돋보이고 전달하는 메시지도 유의미합니다. 낭독할 때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인상 깊은 문장도 많습니다. 다만, 내용이 다소 추상적이라 어린이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지, 작가의 의도에 닿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 있습니다.
《기술의 역사, 증기 기관차에서 내려 AI에 올라타다》는 인류의 기술 혁명 과정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서술하였습니다. 원고의 밀도가 높고 각 챕터가 ‘기술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라는 대주제에 충실합니다. 단순히 기술 발전의 역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양식에 일어난 총체적 변화를 서술하여 기술 발달의 본질적 측면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과거와 미래를 연결 지어 바라보게 합니다.
과거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미래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지금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서 어른도, 어린이도 다가오는 미래가 어렵습니다. 시대의 변곡점에 서 있는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하므로 위 작품을 대상작으로 선정합니다.
교양(논픽션) 심사 위원 김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