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제1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심사평

작성일
2023.03.15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527

제1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 그림책 심사평

 

2006년 설립 이래, 어린이책 출판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책읽는곰의 첫 공모전 심사를 맡게 되어 영광인 동시에 책임을 느낀다. 오늘의 어린이가 내일의 어린이에게 전해 주는 빛나는 수상작이 해마다 배출되길 희망한다.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그림책 부문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187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그중 59편이 본심에 올랐고, 심사위원들은 한 달 동안 응모작들을 세심하게 검토했다. 

최종심에는 《생쥐 모이의 특별한 외출》, 《이 말은》, 《하얀 선물》, 《Voyager, Voyager!(보이저, 보이저!)》 네 권이 올랐고, 치열한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하얀 선물》을 첫 대상작으로 선정했다. 그림책다운 이야기 전개가 돋보였고, 서두에서부터 우화식 그림책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입양’이라는 키워드로 북극에서 온 아기곰 바오와 늘 따뜻한 곳에서 사는 토끼 할머니라는 캐릭터를 설정하고, 너무 다른 바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토끼 할머니의 모습을 이야기의 기반으로 삼은 것도 좋았다.

토끼 할머니가 따뜻한 곳에서 힘들어하는 바오를 위해 고민한 끝에 북극에 직접 가는 대신 빙수를 만들기로 하고, 그 빙수가 눈이 되기까지 이야기는 흥미롭고 기발하게 전개되었다. 아이가 맘껏 놀다가 불현듯 자기 자신이 ‘좋아졌다’고 고백할 때, 심사위원들도 주인공과 함께 가슴이 시원해졌다. 

이와 같은 우화식 전개는 그림책에서 흔한 이야기 방식이기는 하나 사실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간결한 만큼 표현은 정교하고 연출은 세심해서 어느 페이지에도 독자의 의문이 자리할 곳 없이 탄탄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대상에 큰 박수를 보내며 작가의 차기작도 기대해 본다.

수상은 못 했지만, 최종심에 오른 《생쥐 모이의 특별한 외출》은 유쾌한 실패담을 다양하게 보여준 점과 1900년대 초 유럽의 어느 마을에서 사는 호기심 많은 소녀가 주인공인 점이 좋았다. 하지만 이야기에 비해 전개가 단순하다 보니 반복되는 실패담이 특징 없이 나열되어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밋밋해진 것이 크게 아쉬웠다.

두 번째 작품, 《이 말은》은 무엇보다 작가의 세심한 그림 연출과 표현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서사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중심이 되는 캐릭터의 표정 변화가 거의 보이지 않아 이야기와 유리되어 보였다. 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사건들이 구체적으로 진행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Voyager, Voyager!(보이저, 보이저!)》는 주인공 캐릭터가 돋보이고 3D 작업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는 매우 아쉬웠고, 이야기 구성도 복잡하여 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독특한 설정은 좋았으나, 플롯은 다시 구상할 필요가 있겠다.

이번 응모작을 보면서, 그림책은 ‘어린이만’ 보는 책이라는 과거 인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보는 책으로 더욱 다양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반면에, 어린이를 은근히 배제하는 그림책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동시에 생겼다.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당당하고 탄탄한 이야기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보는 그림책이 늘어나길 바란다.

 

그림책 심사위원 김수정, 백희나, 윤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