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제1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심사평

작성일
2023.03.15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2,990

제1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 장편동화 심사평

 

270편이 넘는 동화가 투고된 것을 보고 마음이, 심지어는 눈시울까지 뜨거워진다! 이 많은 작가(지망생)들은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이 지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걷는 걸까. 작품들을 읽고 선정하는 일의 엄중함이 새삼스러워진다. 

글을 써서 내놓는 일은, 그것을 읽어 줄 독자와 대화하는 일이다. 그런데 많은 글이 대화가 아닌 혼잣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 펜을 멈추고 독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사건이 흥미로워서, 캐릭터가 생생해서, 테마에 동의하거나 다른 의견이 있어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어야 한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면 독자는 대화를 포기하고 자리를 떠난 것이다. 

투고 작품들은 다양한 소재와 문체로 자기 할 말을 하고 있었다. 정확한 맞춤법과 문법으로 나의 시선으로 조명한 인간과 동물, 현실과 환상을 잘 쌓아 올렸다고 생각한다면, 두 가지를 더 점검할 것을 권하고 싶었다. 첫째, 시작 지점의 밀도가 끝까지 유지되는가. 탄탄하고 흥미로운 서두에 비해 뒤로 갈수록 긴장이 풀리고, 성긴 구성과 문장으로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 충분히 개성적인가. 다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자신의 고유성을 찾아낸 작가만이 그것을 펼치는 글을 쓸 수 있다. 성공한 기존 작품들의 영향을 받는 것은 좋지만, 그 가운데 자신만의 특성이 자리 잡고 있는지가 선정의 관건이었다. 가장 우려스러웠던 점은 이야기의 극적 효과를 부각하기 위해 어린 인물들을 지나치게 고립되고 오해받고 돌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모는 설정이었다. ‘아이들의 대상화, 도구화’로 불리기도 하는 이런 설정에는 극히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작품 속 캐릭터를 살아 있는 인간으로 상정하여 현실적인 삶의 배경을 부여하고 설득력 있는 환상세계를 마련해 주었는가를 점검할 일이다.

서로 성격이 완연히 다른 두 편을 두고 오랜 토론을 거친 끝에 둘 모두에게 대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투명 고양이 또또》는 저학년용 생활동화로 매끈하게 잘 다듬어진 작품이었다. 최근 인기인 길고양이 소재이지만, 아이들의 투닥거림과 어른들의 두런거림이 잘 짜여 풍성하고 독창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따뜻한 문장과 깔끔한 전개로 독자들이 기꺼이 끌려 들어가게 만드는 것도 미덕이었다. ‘~습니다’ 일색인 어미에 적절한 변화를 준다면 훨씬 리드미컬하고 다정한 소리가 울려 나올 수 있겠다. 무게감 있는 고학년 이야기에 밀리기 일쑤인 저학년 생활동화에도 무게감 있는 평가를 내리자는 심사위원들의 건의를 출판사가 흔쾌히 받아들여 공동 대상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들개왕》은 《돌아온 백구》, 《머피와 두칠이》, 《건방진 도도군》을 이어 개(와 그가 표상하는 인간)의 정체성, 삶의 자세, 생의 지향점을 탐구하는 스펙터클한 이야기였다. 흔치 않은 신화적 세계관에 개성적인 캐릭터들, 무엇보다 초반부 아이러니와 유머가 섞인 단단한 문체가 좋았다. 공간 배경의 모호함과 뒷심 부족이 걸림돌이었지만, 그 걸림돌을 충분히 치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당선의 기쁨 뒤에는 투고 때보다 더한 무게의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겠지만, 두 작가에게는 그 무게를 견디며 쑥쑥 성장할 가능성이 있음을 믿는다. 

 

장편동화 심사위원 김서정 

 

 

이번 책읽는곰 문학상에는 다양한 장르와 전통적으로 자주 다루어진 것부터 시의성 높은 최신 이슈까지 여러 소재를 다룬 동화가 응모되었다. 동화 쓰기에 대한 열정을 지닌 작가들이 우리 곁에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응모작을 읽을수록 결국 동화는 어린이가 읽는 글이며, 어린이의 목소리가 담겨 있어야 하는 글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눈길을 모으는 소재는 시일이 지나면 다음 이야깃거리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장르의 특성이나 기법을 작품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격려할 일이지만, 실험이 작품의 충분한 완성도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여러 번 읽을수록 매끈한 동화보다는 책을 덮었을 때 남은 마음이 큰 동화, 인물의 움직임과 내면이 생생한 작품에 집중하게 되었다. 이것은 결국 동화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연결되는 문제다. 그 결과 다음의 세 작품을 본심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늑대 이불 너머에는》, 《들개왕》, 《투명 고양이 또또》였다. 

《늑대 이불 너머에는》은 무리 없는 장면 전개와 독특한 환상적 장치의 활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런데 도입부에서 활달하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서사가 아쉬웠다. 인물이 중심이 되어 펼치는 사건과 인물을 둘러싼 사연 중에 이 작품은 사연에만 의지한다. 사건이 부족하다 보니 현실 속 아이들의 고민이나 해결 과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감추어진 내용을 알기 위한 이야기에서 다른 세계를 경험하기 위한 이야기로 과감하게 서사를 전개해 나가기를 바란다. 개성 있는 설정들이 눈에 띄는데, 이를 끌고 나가는 역동적인 사건이 더 배치된다면 한결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들개왕》은 들개들의 힘찬 움직임이 생생히 그려지는 스케일이 있는 서사다. 개가 등장하는 동화는 많지만, 이 작품에는 요즘 찾아보기 힘든 야생의 감각이 있다. 들개의 생활과 동선을 면밀히 관찰하여 과하지 않으면서도 세련된 장면들로 조직해 냈다. 서로 오묘하게 보완적인 달과 빛의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시작했으나 조금씩 더 깊숙하고 신비로운 장소까지 인물을 끌고 들어가는 느낌이 흥미롭다. 이야기의 스케일에 대한 작가의 의지가 엿보이지만, 규모를 충분히 키우지는 못하고 마무리된 점은 아쉽다. 그러나 서사를 거머쥐는 작가의 역량이 믿음직스럽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간명한 메시지를 다양한 구체적 사건과 관계로 설득해 내는 점이 좋았다.

《투명 고양이 또또》는 요즘 인기 있는 소재인 고양이가 등장하는 작품이지만, 그 고양이의 존재를 둘러싼 어린이들의 행동과 심리가 하나하나 사랑스러운 저학년 동화다. 작가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쓰고 왜 쓰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크게 내색하지 않는 느긋함이 돋보였다. 고양이가 나오는 동화가 워낙 많은 것, 크고 화려한 이야기와 곁에 있을 때는 조용해 보이는 것 등이 약점일 수 있다. 그러나 독립적으로 이 작품만 놓고 보면 짜임새를 잘 갖춘 이야기의 매력이 상당하다. 어른들을 만족시키는 문장들이 유행처럼 배치되는 최근의 동화들 속에서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독자가 자기 일처럼 결말을 상상하며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위의 세 편을 두고 논의한 결과 《들개왕》과 《투명 고양이 또또》를 공동 대상으로 선정했다. 두 편의 장점이 두드러지게 달랐으며, 이야기의 규모나 재미있게 읽을 독자들의 연령대도 차이가 있다. 어느 한 작품만 독자에게 보여 드리기에는 섭섭할 정도로 두 편 모두 미덕이 분명한 동화들이었기에 고심 끝에 두 작품을 모두 선보이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공동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끝으로 비대면 시대의 갑갑한 환경을 견디며 고된 집필의 과정을 통과해 이번 공모전에 응모해 주신 작가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비록 이번에는 함께 모시지 못했지만 몇몇 작품들에서는 두드러지는 개성을 엿볼 수 있었다. 건필을 기원하며 이후 더 탄탄한 완성도를 갖추어 이 작품들이 우리 곁에 오게 될 순간을 기대해 본다.

 

장편동화 심사위원 김지은

 

 

이번 응모작들에는 동물 이야기, 그중에서도 길고양이 이야기가 무척 많았다. 하지만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동화를 뛰어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아쉬웠다. 

대상작 《투명 고양이 또또》는 유사한 소재 동화의 상투성과 기시감을 비껴간 작품이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우주네 가족의 유쾌하고 건강함, 현실적이면서도 귀여운 우정을 나누는 우주와 친구들, 주위의 약한 존재들에게 관심을 잃지 않는 이웃들이 보여 주는 일상의 소소함이 울림을 준다. 작품의 주요 축인 고양이 또또를 찾는 과정이 끝까지 호기심을 자아내고, 모호한 결말이 여운을 남기며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또 다른 대상작 《들개왕》은 들개와 농가에 사는 개 사이에서 태어난 강아지 달이의 모험 성장담이다. 이 동화는 인간에게 길들어 사람들의 보호를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반려견이 아닌, 늑대의 피를 가진 개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달이의 자리에 세상과 어른들에게 통제당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을 대입해도 무리가 없다. 떠돌이 검은 고양이와의 동행 또한 나와 다른 존재들과의 공존이라는 주제로도 확장된다. ‘들개왕’을 찾아 떠도는 달이의 행로 자체가 작품의 주제로 가는 길이기에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주요한 요소이다. 공간의 구현이 이야기의 크기와 깊이에 못 미치는 아쉬움은 있지만 기꺼이 당선작으로 뽑는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 가운데 《늑대 이불 너머에는》도 눈에 띄었다. 할아버지가 남긴 이불을 통해 늑대로 변신하는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동화로, 디테일을 놓치지 않은 묘사와 구체성을 띤 캐릭터, 안정된 문장이 장점이다. 판타지 공간을 산으로 삼아 인간과 동물, 자연이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점도 좋다. 또한 모자 가정을 대상화하지 않은 점도 미덕이다. 하지만 잘 잘 구축된 현실의 이야기에 비해 정작 판타지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빈약하고 허술해 판타지 동화의 의미와 역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응모하신 분들께는 노고에 대한 감사와 응원을, 당선하신 분들께는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장편동화 심사위원 이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