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심사평

작성일
2024.03.15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580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 그림책 대상 : 《요리사 밥 데이비드의 마지막 요리》

- 그림책 우수상 : 《티노는 친구가 없어》


심사평 

 

 

최근 그림책의 두드러진 특징은 독자층의 확대와 함께 그림책 문법의 확대인 듯하다. 고전적 서사 규범을 따르면서도 아이들 이야기에서 더 확장된 인생 전반의 문제들을 다룬다거나, 어떤 감정이나 이미지를 변주, 증폭시키면서 표현한 비주얼에 치중하는 작품들을 다양하게 만나 볼 수 있다. 이번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에서도 그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상으로 선정된 《요리사 밥 데이비드의 마지막 요리》는 앞의 경우로 보인다. 인간의 얼굴에 사는 미생물들을 캐릭터로 내세운 발상은 신선했고, 그들이 턱에서부터 이마에 닿기까지 평생에 걸친 여행을 한다는 모험 서사는 어린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에도 충분했다. 부모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후대 미생물이 여행을 이어 가며, 그 나그네를 위해 요리사 미생물이 마지막 요리를 한다는 등의 모티프는 뭉클한 감동을 안겨 주기까지 한다. 몇 가지 아쉬움과 보완점도 지적이 됐지만, 그 감동과 신선함을 높이 사는 데 심사 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티노는 친구가 없어》는 대상을 겨룬 작품으로, 완성도와 세련미에 있어서는 으뜸 자리에 오를 만했다. 독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서술의 완성에 필수 요소로 사용한 점도 재치 있었고, 패기와 유머도 적절했다. 외국에서는 그림책의 한 줄기로 자리를 잡아 가는 이런 양식의 작품이 한국에도 등장하기 시작한다는 점이 반가우면서도, 그래서인지 외국 책을 보는 듯한 인상을 떨칠 수가 없었다는 것이 공통의 의견이었다.

《아이의 우주 영화》와 《알겠어요!》는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여 주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작품들인데, ‘과잉’이라는 아쉬움을 공통적으로 보여 준다. 그림책 완성의 마지막 단계는 덧붙이기보다 덜어 내기이니, 그 점만 보강된다면 당선작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당선자들에게 축하를, 응모자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그림책 심사 위원 김서정 

 

 

대상으로 선정된 《요리사 밥 데이비드의 마지막 요리》는 우리 얼굴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삶과 만남을 그린 작품이다. 요리사 밥 데이비드는 14일에서 15일 정도 사는데, 실력을 연마하여 죽기 전에 최고의 요리를 만드는 것이 삶의 목표이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손님으로 인해 편지를 전해 주러 가는 바람에 자신의 목표와 일정을 수정하게 된다. 밥은 집을 떠나 여행한 뒤 편지를 전해 주고, 맛있는 요리를 해서 먹게 한다. 그러고는 다시 집을 향해 떠나온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산다는 점에서, 밥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목표를 잠시 접어 두고, 누군가가 간절히 전하고 싶었던 편지를 전하러 가는 밥의 모습에서 우리는 연대와 연결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티노는 친구가 없어》는 그림책의 주인공 티노를 통해 책을 읽지 않는 요즘의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보여 준다. 오랜만에 그림책을 편 독자와 헤어지기 싫은 나머지 티노는 독자에게 책장을 넘기지 말라고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독자는 다음 장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서 넘기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두 작품 모두 만화적 요소를 지니고 있고,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이라 이후 책으로 만나 볼 모습이 기대된다.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응모자들의 작품을 살펴보면서, 한국 그림책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다. 열정 넘치는 풋풋한 작품들을 보면서, 그림책을 사랑하기 시작할 때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림책 세상에서 길벗이 되어 함께 걸어갈 수 있어 기쁠 따름이다.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 

그림책 심사 위원 엄혜숙

 

 

수많은 그림과 글이 뒤섞인 원고들을 보며, 십여 년 전 나의 원고가 그림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던 기억이 떠올랐다. 독자들이 읽을 작품을 먼저 볼 수 있어 감사했고, 함께 그림책 분야에서 활동할 작가들을 미리 만나게 되어 기뻤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의 다양한 소재나 주제를 들여다보며 그림책은 무엇이고,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 매체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신인 작가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인적이고 자전적인 소재를 넘어서 이야기의 구조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글과 그림이 반가웠다.

몇몇 작품은 전형적인 전개 방식을 따르거나 다른 작가의 작품을 연상케 했지만, 다수의 더미는 최근 인기 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재, 사소한 물체에서 시작하여 엉뚱한 상상력이 가득 담긴 구성, 아이들이 재미있게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심사하는 내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백여 편이 넘는 작품 중 최종심에서 논의한 작품은 네 작품이었다. 각자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라 부족한 부분을 잘 다듬는다면 빠른 시일 내에 출간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대상으로 선정된 《요리사 밥 데이비드의 마지막 요리》는 소재의 참신함은 물론이고 이야기의 내용 또한 잘 짜여진 흥미로운 작품이었으며, 글과 그림이 튀지 않고 부드럽게 흘러갔다. 주인공 캐릭터 ‘밥’의 소재는 관련 자료를 찾아볼 정도로 매력적이고, 이야기의 설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에피소드를 조금 더 추가하고, 약간의 유머를 더한다면 더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수작으로 뽑힌 《티노는 친구가 없어》는 ‘독서’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내용과 페이지 수가 많지만 지루하지 않은 작품이었다. 작가가 자신의 의도에 맞게 독자를 다루는 솜씨가 매끄럽고, 잘 짜인 대본을 보는 듯한 대화체의 글은 내용과는 반대로 계속해서 독자가 책장을 넘기게 한다. 또한 복잡해 보이는 구성과 그림을 잘 정리하여, ‘독서’라는 소재를 다룬 작품도 이렇게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 《아이의 우주 영화》는 작가의 다음 책이 궁금해지는 작품이었다. 시각적인 언어에 굉장히 능숙해 보이고, 이미지 하나하나의 상상력이 기발했다. 다만 하나의 작품에 담아내기에는 많은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그림책이라는 매체에 맞게 느슨하게 풀며 강약을 조절한다면 더욱 좋은 작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알겠어요!》는 육아를 경험한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보거나 맞닥뜨렸을 법한 상황을 지루하지 않게 잘 풀어낸 작품이다. 아이들의 생활을 관찰하여 만든 이야기는 그림책으로 만들 때 생각보다 풀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그럼에도 평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수많은 그림책의 출간과 더불어 그림책을 향한 독자와 신인 작가들의 열렬한 호응은 이 업계에 몸담고 있는 작가로서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그림책이라는 매체는 점점 영역을 확대해 가며 그래픽 노블과 만화와도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혼란한 시기이지만 분명 그림책만이 담아낼 수 있는 영역은 존재할 거라고 믿으며, 그림책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다룬 작품을 많이 만나 볼 수 있으면 한다.

 

그림책 심사 위원 이명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