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심사평

작성일
2024.03.15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364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 교양 우수상 : 《동네에서 고대 세계를 여행했어》


심사평


교양 부문 본심에는 《언니들의 문학사 : 고전 문학 속 일곱 여성과의 인터뷰 카페》, 《패스트푸드의 역사》, 《동네에서 고대 세계를 여행했어》 세 편의 응모작이 올라왔다. 1회 공모전에서 교양 그림책이 대상을 수상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그림책이 한 편도 본심에 오르지 못해 아쉽다. 반면 작년엔 과학 환경 분야로 주제가 쏠렸는데, 이번엔 사회, 역사, 문학, 가치 영역으로 주제나 소재가 다양해진 점이 고무적이다.

《언니들의 문학사》는 어린이 기자가 등장하여 바리공주, 평강 공주, 박씨 부인 같은 고전 문학 속 일곱 주인공을 인터뷰하며 자기 존중과 솔직함, 독립심, 나눔과 연대 등의 개인적·사회적 가치를 담아냈다. 책 속 주인공이 자신의 심정과 메시지를 직접 들려주는 인터뷰 방식이 신선했으며 인물들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깨는 새로운 인식과 관점이 돋보였다. 반면 어린이 기자가 등장하면서도 어린이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은 점(어른 기자로 대체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질문들)과 주인공들의 연령, 살았던 시대, 지역, 사연이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두 한 사람으로 느껴지는 말투와 화법이 작품 전체를 밋밋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아쉬웠다.

《패스트푸드의 역사》는 패스트푸드 대표 음식인 햄버거, 프렌치프라이, 피자, 치킨, 라면이 언제 어떻게 생겨나서 지금까지 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는 내용으로, 글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먼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 생활에 딱 붙어 있는 소재라서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좋다. 관련 지식과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지만, 글과 구성은 대체로 평이하여 창의적인 구성이나 장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가장 아쉬운 건 주제에 대한 작가만의 관점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논란이 되는 각 음식의 문제점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미 다 알고 있는 수준이라 책을 읽고 나서 새로이 깨닫거나 공감되는 부분이 없다. 

《동네에서 고대 세계를 여행했어》는 학교, 빵집, 도서관, 공연장, 공원 등의 장소와 관련된 고대 역사를 탐구하는 내용으로 ‘지금 여기’와 ‘먼 역사 속 공간’을 연결하여 풀어낸 기획이 돋보인다. 메소포타미아 쐐기 문자와 필경사, 이집트 제빵소, 페르시아 정원, 아테네 비극 경연 대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진시황제 무덤을 지키는 진흙 병사 같은 흥미로운 고대사 지식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알아 가는 즐거움이 꽤 크다. 반면 스토리텔링 기법 면에서는 수정 보완해야 할 부분이 눈에 띈다. 지식 책에서 스토리텔링 기법을 쓸 때는 지식과 스토리를 절묘하게 연결해야 하며 인물은 설득력과 개성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여행사’나 ‘안경’은 다소 평범한 설정이고 레서판다가 안내자인 것도 개연성이 부족하다. 참신한 주제와 흥미로운 구성, 술술 읽히는 서술 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이지만 스토리텔링에서 아쉬움이 남아 심사 위원들은 긴 논의를 거쳐 대상이 아닌 우수상으로 선정하였다. 

설명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그가 있는 곳까지 찾아가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일’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새로운 세계로 데려가 인식을 확장할 수 있게 해 주는 지식 교양책은 우리가 기꺼이 노력을 기울여 만들 만한 가치가 있다. 어린이 교양책에 대한 작가들의 관심과 애정이 더 높아지고 푸르러지길 바란다. 

교양 심사 위원 김성은



‘좋은’ 어린이 교양 도서란 ‘맛있는’ 집밥과 같습니다. 집밥이란 얼핏 보기에는 흔한 식재료를 단순한 조리법을 이용해 단출하게 차려 낸 것처럼 보이지만, 만들어 본 사람은 압니다. 그걸 제대로 만들기가 전혀 쉽지 않다는 걸 말이죠. 평범한 재료들을 산해진미와 견줘도 뒤지지 않게 만들어 주는 마법은 먹는 이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과 이를 위해 기꺼이 수고를 감내하는 만드는 이의 정성을 통해서만 만들어집니다. 

‘좋은’ 어린이 교양 도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책은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접근하기 쉽도록 단순한 구성에 간결하고 쉬운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책의 두께도 얇고 글밥도 적기에 처음 어린이 교양 도서를 집필하는 작가는 처음 집밥을 만드는 사람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결과물이 단출하기에 재현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만만하게 덤비다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하는 수순 말입니다. 어린이 교양 도서는 단순한 재료로 감동을 자아내는 집밥과 같습니다. 쉽지만 유치하지 않고, 복잡한 내용을 풀어내야 하지만 지루하지 않으며, 그저 자료를 한데 모아 펼치는 게 아니라 호기심을 자극하고 인사이트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니 ‘좋은’ 어린이 교양 도서를 쓰는 것은 생각만큼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책읽는곰의 어린이 교양 도서 부분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 바로 《동네에서 고대 세계를 여행했어》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의 기원과 변천과 의미를 여행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여,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잡아내었습니다. 다만, 주인공이 떠나는 각각의 여행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해 각 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는 방식이 다소 밋밋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재미를 일으키는 과정이 반감되어 이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보완한다면, 발굴한 여행지도 독특하고 내용에 대한 깊이도 있어 ‘좋은’ 어린이 교양책으로서의 장점은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이후 여행지를 다양한 분야로 넓혀 시리즈물로 기획할 수도 있다는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이다음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많은 고민을 통해 탄생시킨 좋은 콘텐츠로 독자들과 만날 기회를 얻게 되신 작가님께는 축하 인사를 드리고, 아쉽지만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한 다른 예비 작가님들께는 또 다른 만남을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교양 심사 위원 이은희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줄고 있다. 아이가 점점 주는 걸 어떻게 할 수는 없겠지만, 태어난 아이들을 훌륭한 사회인으로 키워 낼 수는 있을 것 같다. 오히려 더 잘 키울 수 있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바로 ‘좋은 책’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러려면 좋은 출판사가 좋은 저자를 발굴해야 한다. 이번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은 좋은 저자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다.

세 명의 심사 위원들이 본심에 올라온 열 편의 작품을 심사했다. 심사 위원들은 《이모들의 문학사》, 《동네에서 고대 세계를 여행했어》, 《패스트푸드의 역사》 이 세 편을 놓고 나름 치열한 토론을 했다. 《이모들의 문학사》는 웅녀, 바리, 복남 등 고전 문학 속 일곱 여성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인내’, ‘연민’, ‘자기 존중’ 같은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이었다. 고전 문학에 깊은 조예가 있는 저자가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같은 포맷의 대화 일곱 편을 읽는 데 약간의 인내가 필요했다. 

《패스트푸드의 역사》는 햄버거, 프렌치프라이, 피자, 프라이드치킨과 라면을 둘러싼 세계사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재밌게 읽었다. 어린이 독자들이 친근한 정도가 아니라 애정을 쏟는 소재를 통해 세계사로 진입할 수 있는 재밌는 기획이었다. 

《동네에서 고대 세계를 여행했어》는 학교-메소포타미아, 빵 가게-이집트, 길-로마 등 일곱 가지 소재를 통해서 고대 세계를 탐구하는 책이다. 아이들이 친숙한 공간과 과거사를 연결하는 재밌는 기획이다. 고대 세계로 ‘여행’하기 위해 타임 슬립 기법을 사용했다. 그런데 의문이다. 꼭 이런 장치가 필요했는지 말이다. 스토리텔링은 긴요하지만 잘못하면 상투적이고 어설프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러 논의 끝에 심사 위원은 만장일치로 《동네에서 고대 세계를 여행했어》를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우리나라 어린이는 줄어들지만 여전히 세계 어린이는 많다. 우리 역할은 세계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출품작은 매우 고무적이다. 한국이라는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독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내년에는 더 많은 작가들이 재밌는 작품을 보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교양 심사 위원 이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