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동화]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심사평

작성일
2024.03.15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616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 장편동화 우수상 : 《난 여우 누이와 산다》


심사평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장편 동화 부문 심사를 하며 다채로운 동화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양한 소재와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작품이 많은 반면 완성도는 있지만 유행을 좇는 작품,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들도 있었다. 다른 장르에서 영감을 얻는다 해도 자신의 색을 지닌 개성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되어야 하며, 기존 동화 작품과 소재나 구성 등이 유사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지는 않을지 스스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최종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 조조》, 《하나의 내일》, 《난 여우 누이와 산다》를 놓고 긴 시간 논의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 조조》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또는 남들이 보지 않는 것을 보는 주인공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어린이의 불안하고 초조한 심리를 시적 표현들과 함께 녹여 낸 점이 눈에 띄었다. 무수한 감정들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한 것도 좋았다. 하지만 주인공 나이가 어리게 설정되어 부자연스러웠다. 몸집이 작은 고학년으로 설정하는 게 내면 묘사에 더 이입이 될 듯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퇴고가 너무 안 되었다는 것이다. 문학 작품에서는 부호 하나도 의미를 담을 때가 있다. 오자와 같이 단순 실수가 아닌 한 번도 퇴고하지 않은 듯한 작품은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된다. 퇴고가 덜 된 작품을 내보이는 것은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겠다.

《하나의 내일》은 이사한 집에서 열두 시간 차이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내가 나를 들여다본다는 중요한 의미를 던지고 있다. 흡입력과 긴장감을 갖춘 전개에 비해 뒤로 갈수록 정교하지 못하고 흐트러지는 게 아쉬웠다. 작가가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하면 독자는 혼란스러워지고 끼어들 틈이 없어진다. 비약이 심하거나 장황한 부분들을 과감히 덜어 내고 개연성이 없는 부분을 탄탄하게 짜 놓으면 완성도 있는 동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난 여우 누이와 산다》는 우선 문장이 안정되고 발상이 신선하다. 단둘이던 가족 중 엄마마저 잃은 주인공 어린이가 여우 누이라는 여인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며 공생한다는 설정과 사회 문제를 연결하여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지금 우리의 가족 형태는 변하고 있다. 혈연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족 형태를 제시하고 어린이의 성장을 보여 주려는 점도 마음에 다가왔다. 작고 연약한 존재들이라 해도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그렇게 여럿이 뭉치면 그 힘은 대적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다. 함께 사는 세상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어른은 어떤 모습일지 어린이도 어른도 생각하게 한다. 장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주인공이 나이와 맞지 않게 느끼고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부분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주인공의 눈높이를 일관성 있게 끌고 나가며 다소 자극적인 부분을 정리하면 독자들이 훨씬 몰입할 수 있을 듯하다.

고심 끝에 심사 위원들은 《난 여우 누이와 산다》를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앞으로도 개성 있는 작품을 써낼 거라는 작가에 대한 믿음과 기대에서 뜻을 모으게 되었다. 마음 가득 축하드린다. 머뭇거리지 말고 힘차게 나아가시길 응원해 본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쉽게 수상을 못 했지만 열정을 다해 쓰고 응모하신 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지금의 열정을 놓지 말고 건필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장편 동화 심사 위원 김유



예심을 보는 과정이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선명하고 속도감 있는, 어린이 독자의 흥미를 끌기 충분한 작품들이 많아서 총 네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세 명의 심사 위원이 본심에 올린 작품이 열 편이었고, 모두 본심 테이블에서 다룰 수는 없어서 우선 하나씩 내려놓는 방식으로 기초 심사를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하나의 내일》,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 조조》, 《난 여우 누이와 산다》 세 작품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하나의 내일》은 주인공 하나가 다락방을 통해 다른 세계에서 사는 또 다른 하나를 만나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이야기이다. 도하나는 오늘을 살고 또하나는 내일을 산다는 재미있는 설정이지만, 작가가 이런 설정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말에 도달하기까지 서사가 다소 장황하게 펼쳐진다는 점이 아쉽다. 다락방 속 세계에서 만나는 친구들도 하나를 깨우쳐 주는 기능적인 역할에 그친다는 점, 하루 24시간을 반으로 나누어서 12시간은 자신의 세계에서 다른 12시간은 또 다른 하나의 세계에서 살아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편의적인 서술로 (가출을 시도한 하나의 심리가 불안하니 학교에서 잠을 자더라도 최대한 건드리지 말아 달라는 부모님의 부탁 등) 마무리하고 넘어가는 점 등이 끝까지 아쉬움으로 남았다. 판타지에서 설정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손쉽게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판타지의 설정은 세계관이라는 점, 설정이 기능에 머물면 좋은 서사가 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깊게 생각하면 이후 더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 조조》 이야기의 형식과 분량은 고학년에 적합한데 주인공은 3학년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삐걱거린다. 문학에서 내용과 형식의 일치는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다. 주인공이 3학년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읽으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고, 수호천사가 너무 일찍 존재를 밝혀서 서사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중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서사는 사건과 캐릭터가 선명해야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크다. 주인공을 최소 5학년 정도의 고학년으로 잡는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고 서사도 자연스러워지는데, 수정할 것을 전제로 한 작품에 상을 줄 수는 없었다.

《난 여우 누이와 산다》는 초반에 다소 장황하고 어린이 독자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서술이 있지만 캐릭터가 선명하고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여우 누이라는 옛이야기의 틀을 빌어 새롭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비인간 주체인 여우 누이와 어린 주인공이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 냈다는 점을 높이 샀다. 흔히 우리는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종의 차이, 나이의 차이와 같은 다양한 차이를 뛰어넘어 호혜 평등한 상호 돌봄의 관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 좋았다. 보통은 어른이 아이를 돌보는 것이 당연하고 아이는 돌봄을 받기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이가 여우 누이에게 하는 역할(상호 돌봄)이 명확하게 있어서 좋았다. 또 인간 이 세상의 중심이고 가장 가치 있는 존재인 것으로 알고 살아왔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결말도 믿음직스러웠다. 긴 논의 끝에 이 작품의 건강한 철학을 믿고 우수상을 주기로 합의했다. 이 상이 작가가 걸어갈 앞으로의 길에 격려와 힘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장편 동화 심사 위원 송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