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보 만보
큰곰자리 16

겁보 만보

글쓴이
김유
그린이
최미란
출간일
2015년 03월 17일
형태
152×210㎜ , 반양장 , 88쪽
가격
9,500원
ISBN
979-11-85564-33-3
  • 주제어 용기, 모험
  • 해외 수출 중국
  • 수상 내역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올해의 책
  • 대상 연령 1학년 이상
  • 교과 연계 통합(봄) 2-1-1 알쏭달쏭 나
    국어 2-2-1 장면을 떠올리며

저자 소개

  • 글쓴이 김유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받았습니다. 바닷마을 작업실 메리응유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림책 《마음버스》, 동화책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 《겁보 만보》, 《무적 말숙》, 《라면 먹는 개》, 《대단한 콧구멍》, 《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 《귀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 《가족이 있습니다》, 《지퍼백 아이》, 인물 이야기 《이중섭》 등을 썼습니다. 

  • 그린이 최미란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라가치상 픽션 부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어린이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누구 없어요?》,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 《돌로 지은 집 석굴암》, 《슈퍼 히어로의 똥 닦는 법》, 《말들이 사는 나라》, 《삼백이의 칠일장》, 《겁보 만보》, 《무적 말숙》, 《글자 동물원》을 비롯한 많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집, 잘 가꾸는 법》과 《우리는 집지킴이야!》가 있습니다. 

책 소개



한 고개 넘고, 두 고개 넘고, 세 고개 넘어 겁보딱지 떼러 가자! 

만보는 엄마 아빠가 다 늦게 얻은 외아들이야. 금쪽같은 늦둥이라 이름도 만 가지 보물, 만보지. 
그런 만보가 딱 하나 못 가진 보물이 있어. 그건 바로…… 용기야!
만보는 바람소리만 쉭쉭 나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리마 발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깨는 겁보 중의 겁보거든. 
엄마 아빠는 겁보 만보 때문에 온갖 궁리를 다 하는데,
만보는 과연 겁보딱지를 뗄 수 있을까?

  

“아부지, 똥!” 만보 한마디면 아빠는 얼른 요강을 대령합니다. “엄니, 밥!” 만보 한마디면 엄마는 뚝딱 밥상을 차려 내지요. 그도 그럴 것이 만보는 엄마 아빠가 어렵사리 얻은 금쪽같은 늦둥이이자 외둥이거든요. 오죽하면 이름도 만 가지 보물, 만보라고 지었겠어요.
그런데 만보가 커 갈수록 엄마 아빠는 걱정이 늘어 갑니다. 이 녀석이 허우대는 멀쩡한데, 간이 콩알만 한 탓이지요. 엄마 아빠 품에서 떨어져 학교에 가면 좀 나을까 했더니 웬걸요. 누가 “야!” 소리만 내도 오금을 못 펴고, 누가 공놀이만 해도 공에 맞을세라 담장에 붙어 게걸음을 치고, 누가 툭 치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 자빠지고, 선생님이 이름만 불러도 오줌을 질금질금 지릴 정도니 말 다했지요.
엄마 아빠는 만보의 겁보딱지를 떼어 주려고 심부름도 보내 보고 약도 먹여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백 가지 약초를 달여 만들었다는 약을 먹고 입맛이 돌아 살만 뒤룩뒤룩 올랐지요. 겁보딱지로도 모자라 먹보딱지까지 붙게 생긴 겁니다. 엄마 아빠는 이마에 주름살이 또 하나 늘었고요.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고 했던가요. 엄마 아빠는 밤잠까지 설쳐 가며 고민한 끝에 만보 혼자 고개 너머 시장에 보내 보기로 합니다. 그래 봐야 다른 아이들은 혼자서도 잘만 넘어 다니는 길이고, 만보도 아빠 손을 잡고 수없이 넘어 다닌 길이지만요. 
그런데 세상일이 어디 그리 녹녹하던가요. 엄마가 꼭 왼쪽으로 가야 한고 당부한 갈림길에서 만보는 그만 고양이와 딱 마주치고 맙니다. “야옹!” 앙칼진 울음소리에 후다닥 오른쪽 길로 내달린 것이 엄청난 모험의 시작이 될 줄이야. 과연 만보는 무사히 고개를 넘어 시장에 다다를 수 있을까요?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아이들을 위한 따스하고 유쾌한 격려

《겁보 만보》는 김유 작가가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입니다. 첫 책의 주인공 구구가 세상에 두려울 게 없는 씩씩한 아이인데 비해, 이 책의 주인공 만보는 세상 모든 게 두려운 소심한 아이라는 점도 몹시 흥미롭습니다. 어쩌면 구구는 어릴 적 작가가 ‘되고 싶었던 나’의 모습을, 만보는 ‘있는 그대로 나’의 모습을 담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거침없는 구구를 꿈꿨지만 실상은 겁 많은 만보일 수밖에 없었던 자신, 그리고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을 지금 아이들을 떠올리면서요. 
가정이라는 익숙하고 편안한 울타리 너머로 첫 발을 내딛는 일은 누구라도 두렵고 힘겨운 법입니다. 만보처럼 부모님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자라 모난 데도 없지만 맺힌 데도 없는 아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만보는 지금 누군가는 이미 겪었고 또 누군가는 겪고 있을 통과 의례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첫 발을 떼기가 쉽지 않을 뿐이지요. 작가는 걱정 많은 부모님의 손을 빌어 그런 만보의 등을 살짝 떠밀어 줍니다. 한 발을 떼고 나면 또 한 발을 떼는 건 일도 아니니까요. 한 고개 넘고 또 한 고개 넘다 보면 두려움은 어느새 설렘으로 바뀌어 있을 테니까요.  

  

옛이야기의 미덕을 고스란히 간직한 오늘의 이야기

《겁보 만보》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옛이야기의 미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오늘의 이야기입니다. 만보는 옛이야기 속 주인공들처럼 집을 떠나 모험을 하면서 성장합니다. 실제로 옛이야기 속에서 불려 나온 존재들이 불쑥불쑥 만보의 앞길을 가로막기도 하지요. 만보는 때로는 고운 마음씨를 발휘하고 때로는 엄마의 충고를 떠올리며 시련을 헤쳐 나갑니다. 
그러나 만보에게는 성장 그 자체가 목적인 옛이야기 속 주인공들과 달리 해결해야 할 과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부모님의 넘치는 사랑이 독이 되기 전에 집 밖으로 한 발짝 걸어 나가 보는 것, 그 자체가 만보의 과제였지요. 그것은 그대로 지금 아이들의 과제이기도 할 것입니다. 《겁보 만보》가 그저 창작 옛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인 것은 바로 이 지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장이라는 전통적인 주제 뒤에 숨은 문제의식이 무겁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지금 아이들의 이야기와 옛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버무려 낸 김유 작가의 솜씨 덕일 테고요. 
그럼에도 오늘날과 옛날 사이를 오락가락 하던 만보를 오늘에 딱 붙들어 매 놓은 것은 최미란 작가의 공입니다. 최미란 작가가 책 속에 데려다 놓은 만보는 당장에라도 충청도 시골 마을에 가서 “만보야!” 하고 부르면 느릿느릿 걸어 나오게 생겼습니다. 늦둥이 외아들이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안달복달 안절부절 하는 늙수그레한 엄마 아빠도 함께 말입니다. 아, 엄청난 모험을 겪은 터이니 만보는 좀 빠릿빠릿해지고 엄마 아빠는 좀 느긋해졌으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