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도자기
꿈꾸는 도자기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어린이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었고, 지금은 어린이 책을 쓰고 있습니다. 전통문화와 지리, 역사 등 삶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고 싶어 요리조리 궁리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소원을 그리는 아이》, 《꿈꾸는 도자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매추라기와 여우》, 《하느님은 목욕을 좋아해》, 《신부님, 평화가 뭐예요?: 문정현 인물이야기》 들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은 공부했습니다. 손으로 꼬물꼬물 뭔가를 만들거나, 조용히 산길을 걸으며 재미있는 어린이 책 만들 궁리를 하고 삽니다. 그린 책으로는 《과학자와 놀자!》, 《나비를 따라 갔어요》, 《단골손님》, 《쨍아》, 《꿈꾸는 도자기》, 《뚜벅뚜벅 우리신》, 《서울의 동쪽》, 《맨처음 우리나라 고조선》 들이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도자기가 가장 지루하다고?
한 발짝만 다가가 봐. 거기 수백 년도 넘게 널 기다려 온 도자기 속 친구들이 있어.
용이 구름 사이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아이들은 포도 넝쿨에 주렁주렁 매달려 놀고,
거문고 타는 할아버지 곁에서 너울너울 춤추는 학을 만날 수 있는 곳.
박물관 최고의 판타지 공간, 도자기 속으로 초대합니다!
이제 여름 방학이 끝나갑니다. 이 무렵이면 박물관은 방학 숙제를 마무리하려는 어린이들로 북적거립니다. 이곳저곳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어 대는가 하면, 유물을 보호하는 유리 장에 종이를 대고 유물 관련 정보를 메모하는 어린이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박물관을 점령한 꼬마 관람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작 봐야 할 유물보다는 유물 관련 정보를 더 열심히 보는 것 같습니다. 하기야 어른이 봐도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은 그다지 재미가 없습니다. 특히 박물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도자기는 그 비슷비슷한 생김새에 멀찍이 떨어져 휙휙 지나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도자기 앞으로 한 발짝만 다가가 그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도자기 속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살랑살랑 부드러운 바람이 하늘하늘 버드나무를 흔들고, 커다란 학이 우아하게 날개를 펼치고, 작은 동물들이 머루처럼 새까만 눈동자를 빛내는 광경에 말입니다. 운이 좋으면 마음 통하는 도자기 속 친구를 사귈 수도 있습니다. 화가 이중섭은 고려 도자기인 ‘청자 포도 동자 무늬 조롱박 모양 주전자’에서 포도 넝쿨 사이에 매달린 여덟 명의 아이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는 이 도자기를 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자주 드나들었지요. 그래서인지 이중섭의 아이 그림은 이 도자기 속 아이들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꿈꾸는 도자기》의 주인공 두리도 이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포도 넝쿨에 매달려 출렁출렁 그네를 타고 놉니다. 화가 이중섭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자 도자기 속 아이들도 많이 심심했나 봅니다. “우리랑 같이 나무 타기 하지 않을래?” 하고 두리에게 먼저 손짓을 한 걸 보면 말입니다.
작가 김평은 이 책을 쓰면서 가장 먼저 도자기 속 그림들과 친구와 되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도자기들을 보고 또 보면서 마음 맞는 도자기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꿈꾸는 도자기》에 그 친구들을 등장시켰지요. 그리고 아쉽게도 지금은 일본 오사카 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청자 여자아이 모양 연적’을 두리의 여자 친구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작가가 선택한 도자기 친구들은 국보도 아니고 보물도 아닙니다. 비록 금이 가고 색이 바랬지만 “우리 같이 놀자.”며 작가의 손을 잡아 준 고마운 친구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