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네 서울 나들이
온고지신 18|서울의 옛 모습

연이네 서울 나들이

글쓴이
고승현
그린이
윤정주
감수
김정인
출간일
2014년 04월 30일
형태
280×225㎜ , 양장본 , 48쪽
가격
11,000원
ISBN
979-11-85564-04-3
  • 주제어 대한제국, 한양, 서울, 답사
  • 수상 내역 동원 책꾸러기 선정도서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추천도서
    아침독서 선정 여름방학 추천도서
    화이트레이븐스 선정 도서
  • 대상 연령 4세 이상
  • 교과 연계 통합(겨울) 1-2-1 여기는 우리나라
    통합(봄) 2-1-2 봄이 오면

저자 소개

  • 글쓴이 고승현

    홍익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금융 회사에서 일하다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흥미진진한 추리로 가득한 어린이 책을 쓰느라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에요쓴 책으로 연이네 서울 나들이천하무적 조선소방관세상이 처음 생겨난 이야기창세가》 들이 있습니다. 

  • 그린이 윤정주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쭉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연필이랑 물감이랑 붓이랑 놀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그림책 《꽁꽁꽁》과 《꽁꽁꽁 피자》, 《꽁꽁꽁 좀비》, 《냠냠 빙수》, 《악몽 도둑》을 쓰고 그렸으며, 《연이네 서울 나들이》, 《연이네 설맞이》,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 《시골집이 살아났어요》, 《아카시아 파마》, 《달래네 꽃놀이》,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시간 가게》, 《헌터걸》을 비롯한 여러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 감수 김정인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근대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에서 예비 교사들에게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 《독립을 꿈꾸는 민주주의》, 《오늘과 마주한 3.1 운동》 등이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어려워하면서도 궁금해하는 역사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 

책 소개



오늘날 우리 삶이 시작된 시공간으로 떠나는 여행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서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사람들은 어떤 꿈을 꾸며 어떻게 살았을까요?

1897년 조선은 근대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나라 안의 요구와 조선을 식민지로 삼으려는 외세의 압박 속에서 대한 제국이 되었습니다. 500년을 이어 온 조선의 수도 한양도 대한 제국의 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뀌어 갔지요. 새 도로가 생겨나고, 발전소가 들어서고, 전봇대와 가로등이 놓이고, 전차가 다니고, 서양식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말이지요.

이 무렵 한양은 신문물의 전시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전등은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전차는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늘려 주었습니다. 신문과 잡지는 정보가 퍼져 나가는 범위를 넓혀 주었고, 전화와 전보는 그 속도를 높여 주었지요. 사진기와 거울은 외모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그에 따라 서양식 의복과 소품들이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 한양에 이발소나 대중목욕탕이 생겨난 것도 이 무렵이었지요. 

사람들은 호기심과 놀라움, 기대감, 두려움이 뒤섞인 채로 이 모든 변화를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품기 시작했을 테지요. 책읽는곰이 연이네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 것은 이들의 삶과 꿈을 들여다보고 싶어서입니다.  

사실 이 시기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몹시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조선 왕조 500보다 파란만장했던 대한 제국 13년이 막을 내리고 곧이어 일제 강점기가 이어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나라가 기울어 가던 그때에도, 나라를 빼앗긴 그때에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꿈을 꾸었을 것입니다. 지금보다 나은 내가 되고자 하는 꿈,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꿈,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꿈……. 그리고 그 삶과 꿈 속에서 오늘날 우리 삶을 이루는 많은 것들이 생겨났을 것입니다. 연이네 이야기는 그 시원(始原)으로 돌아가 오늘날 우리의 삶과 꿈을 돌아보고자 하는 작은 시도입니다.  

  

사대문 밖에서 바라본 서울, 보통 사람들이 살아 낸 근대  

연이, 철이, 덕이, 삼총사 이야기가 싹튼 곳은 동대문 밖 창신동입니다. 낙산 공원에 이르는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작은 봉제 공장들이 빼곡이 들어찬 이 마을은 겉보기와는 달리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도읍으로 삼을 때부터 있었던 마을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삼총사가 살았던 홍수골은 그중에서도 지금은 창신2동으로 불리는 낙산 동쪽 기슭입니다. 온 마을에 붉은 열매를 맺는 복숭아며 앵두나무가 가득해 붉을 홍(紅)에 나무 수(樹), 홍수골로 불렸다고 하지요. 조선 시대에는 행세께나 하는 양반들의 별장도 더러 있었다지만, 도성 밖에 있어서 한양이라고 볼 수는 없는 마을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 창신동은 그리 넉넉지 않은 사람들의 보금자리였습니다. 해방 후에는 북에서 내려 온 피난민들과 지방에서 올라온 이주민들이 판자촌을 이루며 살았지요. 그리고 지금은 이주 노동자들이 토박이들과 섞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이지만 예전에는 서울이 아니었던 마을, 서울에서 밀려나거나 서울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 연이네 이야기는 이 마을에 살았던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 근대의 모습을 그림책에 담고자 합니다. 역사책 어느 귀퉁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역사의 비바람을 고스란히 견디며 살아온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 우리 아이들의 증조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부부 작가가 함께 그려 갈 100년 전 아이들의 삶과 꿈

《연이네 서울 나들이》의 글을 쓴 고승현과 그림을 그린 윤정주는 스무 해 가까이를 함께 살아 온 부부 작가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글 작가와 그림책 작가로 함께 작업한 것은 《천하무적 조선 소방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두 사람 모두 즐겁게 함께 작업할 만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기까지 시간이 걸린 탓이지요.

연이네 이야기가 두 사람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까닭은 오늘날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대가족이 주인공인 까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며 과거를 살아가는 조부모, 가족을 지키며 현재를 살아 내는 부모, 새로운 가치에 이끌리며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 이들이 서로 갈등하고 반목하고 화해하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했던 근대의 모습이자 가족의 모습인 까닭입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꾸준히 연이네 가족이 살아 낸 역사의 장면들을 조각보 잇듯 이어갈 생각입니다. 《연이네 서울 나들이》는 그 첫 번째 조각인 셈이지요. 두 사람이 만들어 갈 조각보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조각보가 우리의 어제와 오늘을 잇고 세대와 세대를 잇는 데 적으나마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추천사 

연이와 신디, 두 아이가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네요. 그래요, 100년 전 서울에는 서양 사람들이 살고 있었어요. 어머, 교회를 세우고 학교를 만들고 병원을 짓던 덩치 큰 서양 어른들만 살았던 게 아니네요. 《연이네 서울 나들이》를 펼쳐 보며 금방 알아챘어요. 신디처럼 귀여운 서양 어린이도 함께 살고 있었구나! 서로 말은 안 통해도 길 잃은 친구를 도우려는 마음과 그 따스함에 고마워하는 마음은 이어져 통한다는 것도요. 서양 사람들이 서울에 나타났을 때, 어른들은 몹시 두려워했어요. 혹시 우리나라에 해를 끼칠까 봐 쫓아낼 궁리도 했지요. 하지만 어린이의 세상은 어른의 세상과는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연이와 신디처럼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살든 순수한 마음을 지닌 어린이들은 서로 친구가 되네요. 《연이네 서울 나들이》 안으로 쏘옥 들어가면 어른들은 나라 망할 걱정을 하던 그때에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쑥쑥 커가던 밝고 맑은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어요. 우리도 연이랑 같이 100년 전 서울로 나들이 가 볼까요? 

-김정인(춘천교대 교수)

 

글쓴이의 말

홍수골(창신동)에 갔을 때 일입니다. 창신 시장에서 국밥 한 그릇 뚝딱 먹고, 가파른 골목길을 천천히 올랐습니다. 그때 드르륵드르륵…… 낯익은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자세히 들어 보니 재봉틀 소리였습니다. 소리는 한 곳에서만 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왼쪽, 오른쪽, 위쪽, 아래쪽, 사방에서 들려왔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슬쩍 들여다보았더니, 솜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풀풀 날리는 솜먼지 같은 사람들의 눈물과 웃음과 땀방울이 지금의 서울을 만든 것일 테지요. 그 사람들을 보고 나니 홍수골에 살았던 작은 아이 연이가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고 싶어졌습니다. 

-고승현(그림책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