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돼지야
그림책이참좋아 051

언니는 돼지야

글쓴이
신민재
출간일
2018년 09월 03일
형태
200×280㎜ , 양장본 , 48쪽
가격
12,000원
ISBN
979-11-5836-104-4
  • 주제어 자매, 우애, 경쟁, 화해
  • 대상 연령 5세 이상
  • 교과 연계 통합(여름) 1-1-1 우리는 가족입니다
    국어 2-2-4 인물의 마음을 짐작해요

저자 소개

  • 글쓴이 신민재

    홍익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회화와 디자인을 공부하고, 한국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지금까지 《또 잘못 뽑은 반장》, 《거꾸로 말대꾸》, 《얘들아, 학교 가자!》, 《눈 다래끼 팔아요》, 《가을이네 장 담그기》, 《왕할머니는 100살》을 비롯한 여러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가을이네 장 담그기》와 《얘들아, 학교 가자!》는 교과서에도 실렸지요. 쓰고 그린 책으로 《안녕, 외톨이》, 《언니는 돼지야!》, 《나무가 사라진 날》, 《어서 와요, 달평 씨》, 《도망쳐요, 달평 씨》, 그리고 《또 만나요, 달평 씨》가 있습니다. 

책 소개

 


세상에서 가장 얄미운 적, 그러나 가끔은 세상에 둘도 없는 아군,

자매의 엎치락뒤치락 주도권 쟁탈기!

 

"누구나 얄미운 사람 하나쯤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 사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서 쾅 하고 터져 버릴 것 같을 때도 있지요. 그럴 때면 이런저런 상상 속의 복수를 해 봅니다. 아무도 모르게 말이에요. 그러다 보면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들고, 그 사람을 상냥하게 대하게 되는 건 왜일까요?” -작가의 말

 

“귀신은 뭐 하나, 제발 울 언니 좀 잡아가 주라!”

여기 ‘잘난’ 언니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동생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야무진 언니를 보고 배우라고 할 때마다, 친구들이 예쁜 언니가 있어서 부럽다고 할 때마다, 아이는 속이 뒤틀리고 입이 근질거립니다. 그 야무지고 예쁜 언니가 사실은 얼마나 더럽고 치사한지 까발리고 싶어서 말입니다. 

걸핏하면 코딱지를 파서 아이 책상에 붙여 놓고, 씻지도 않은 발을 아이 베개에 떡하니 올려놓고, 같이 쓰는 방인데 문을 꼭꼭 잠가 버리고, 제 물건은 손도 못 대게 하면서 아이 물건은 다 제 건 줄 알고……. 아이 말만 들으면 정말이지 팥쥐가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로도, 힘으로도, 미모(?)로도 언니에게 밀리는 아이는 홀로 눈물을 삼킬 뿐입니다. 함부로 덤볐다가는 뒷감당을 못 할 게 뻔하니까요. 

그런데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아이의 인내심이 툭 하고 끊어지는 날이 옵니다. 언니가 아이 반에 찾아와 큰소리로 별명을 부른 것입니다. 아이가 유치원 때부터 짝사랑해 온 성훈이도 있는데 말이지요. “더는 못 참아! 복수할 거야!” 씩씩거려 보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런 궁리 저런 궁리를 하며 집에 오는 길에, 아이는 새로 생긴 젤리 가게를 발견합니다. “이건 먹으면 본모습이 드러나는 젤리야.” 수상쩍은 주인아줌마의 수상쩍은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 건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언니가 진짜로 돼지가 될 줄이야!

꽤액꽤액 시끄럽게 울어 대는 언니를 방에서 몰아내고 언니 옷을 입고 언니 머리띠를 하고 신나게 놀 때까진 좋았는데……. 언니가 밖으로 나간 걸 안 순간부터 눈앞이 빙글빙글, 속이 울렁울렁, 손발이 후들후들 떨려 오는 건 왜일까요? 아이는 언니를 찾아서 무사히 집으로 데려올 수 있을까요?

 

어린이의 어두운 감정에 볕과 바람을 쐬어 주다! 

형제자매는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하는 경쟁자입니다. 부모와 주변의 관심과 애정, 인정을 두고 벌이는 이 경쟁은 자못 살벌하기까지 합니다. 모든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던 큰아이 입장에서는 느닷없이 나타난 경쟁자가 달가울 리 없습니다. 그러니 책 속의 언니가 팥쥐처럼 구는 것도 이해가 가긴 합니다. 그렇다면 동생의 입장은 어떨까요? 

사실 작은 아이가 느끼는 열등감이나 좌절감도 큰아이가 느끼는 상실감이나 박탈감 못지않습니다. 작은 아이는 아무래도 큰아이보다는 신체 능력이나 인지 능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니, 자라는 내내 모든 면에서 불리한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언니는 할 수 있는 일을 나는 하지 못하는 게 그저 분하고, 언니에게는 허락된 일들이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게 그저 억울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언니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언니의 화받이 노릇에 심부름꾼 노릇까지 해야 한다면……. 

신민재 작가는 그런 동생의 마음에 주목합니다. 자신도 둘째였던 까닭이지요. 작가는 우선 언니의 악행(?)을 독자 앞에 낱낱이 고해바칠 기회를 동생에게 줍니다. 그것만 해도 그동안 쌓인 분이 어지간히 풀렸을 테지만, 외국 속담에 ‘독을 먹으려면 접시까지!’라고 하지 않던가요. 동생은 걸핏하면 제 물건을 뒤지는 언니의 못된 버릇을 이용해 언니를 돼지로 바꿔 버립니다. 설마 진짜 돼지가 될 줄은 자기도 몰랐을 테지만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좀 심한 것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안의 어둡고 눅눅한 감정은 가끔씩 끄집어내 볕과 바람을 쐬어 주지 않으면 곯아 터지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인간의 어둡고 눅눅한 감정에 볕과 바람을 쐬어 주는 것 또한 문학예술의 순기능 중 하나이지요. 신민재 작가가 전작 《안녕, 외톨이》에 이어 《언니는 돼지야》에서도 당당히 복수극(?)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그런 믿음 때문입니다. 작가가 글과 그림으로 자기 안의 어둠을 떨쳐 내며 건강한 어른으로 자랐듯, 어린이도 그러기를 바라고 또 그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믿음대로 동생이 느끼는 통쾌함과 후련함은 오래지 않아 걱정과 후회로 바뀝니다. 그리고 온몸을 던져 위기에 처한 언니를 구해 내기에 이르지요. 세상에서 가장 얄미운 적이, 세상에 둘도 없는 아군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이런 경험이야말로 형제자매가 미우나 고우나 평생을 나란히 걸어가게 하는 유대감의 밑바탕이 될 테지요.

하지만 ‘자매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착한 결말은 옛이야기 속에나 존재하는 법입니다. 동생이 과연 어렵사리 잡은 승기를 순순히 언니에게 넘겨주려 할까요? 그럼 이제 둘의 관계가 역전되는 거냐고요? 글쎄요, 그건 끝까지 지켜봐야 알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