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베티
큰곰자리 047

그냥 베티

글쓴이
이선주
글쓴이
신진호
출간일
2019년 05월 27일
형태
152×210㎜ , 반양장 , 220쪽
가격
11,000원
ISBN
979-11-5836-141-9
  • 주제어 우정, 성장, 연대, 다문화
  • 수상 내역 소년한국일보 우수어린이도서
    올해의 청소년교양도서
    아침독서 추천도서
  • 대상 연령 고학년
  • 교과 연계 도덕 4-1-6 함께 꿈꾸는 무지개 세상
    도덕 5-1-2 내 안의 소중한 친구
    국어 6-2-1 작품 속 인물과 나

저자 소개

  • 글쓴이 이선주

    《창밖의 아이들》로 제5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영구 임대 아파트에 사는 소녀의 내면을 그린 청소년 소설 《창밖의 아이들》을 비롯해 그림책 《간장게장은 밥도둑》, 《감자는 똥을 좋아해》, 《뭐! 쓰레기 국을 먹었다고?》 들을 썼습니다. 《그냥 베티》는 하굣길에 혼자 걸어가는 아이를 떠올리며 쓴 책입니다. 그 외로운 아이가 누군가를 만나 우정을 나누고 진짜 어른으로 성장해 가기를 바라면서요.  

  • 글쓴이 신진호

    대학과 대학원에서 조형 예술을 공부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합니다. 네이버 그라폴리오에 〈심플 라이프〉라는 제목으로 일상의 소중함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린 책으로 《우리 모두 처음이니까》, 《창덕궁 꾀꼬리》, 《퓨마의 오랜 밤》 들이 있습니다. 홈페이지 grafolio.com/shinjino, instagram.com/sunnyshino  

책 소개

 

혼자 걷던 내 곁으로 베티가 다가왔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걸어가는 하굣길, 혼자 걸어가는 아이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좀처럼 아니라고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그러면서 혼자 상처받는 아이 서연입니다. 그런 서연에게도 먼저 다가와 준 친구가 있었지요. 그러나 친구의 비밀을 엄마에게 털어놓은 뒤, 엄마가 그 비밀을 온 동네에 퍼트린 뒤,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서연은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도, 누군가 다가오는 것도 그저 두렵기만 합니다. 그런데 필리핀에서 날아온 한 아이가 서연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듭니다. 엄마가 필리핀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마음을 나눴던 친구 앤절라 아줌마의 딸 베티가 바로 그 아이입니다. 베티는 한국인 유학생이었던 아빠와 빵가게 점원이었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이른바 ‘코피노’입니다. 앤절라 아줌마는 베티에게 아빠를 찾아 주겠다며 서연 엄마와 지원 단체의 도움을 얻어 소송을 걸고 시위도 벌입니다. 그러나 베티는 자신을 버린 아빠를 찾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습니다. 아직도 아빠를 잊지 못하는 엄마가 가엾어 그 모든 일들을 잠자코 견딜 뿐입니다. 아니라거나 싫다거나 하는 말을 서연만큼이나 못 하는 아이인 셈이지요. 

 

그래서인지 베티는 엄마의 무신경한 말과 행동에 자주 상처받는 서연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공감해 줍니다. 반장인 우진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사실을 엄마에게 들켰을 때, 엄마가 기어이 우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초대를 받아 냈을 때, 너덜너덜해진 서연의 마음을 말없이 보듬어 준 것도 베티였지요. 

 

그러나 서연은 반 아이들 앞에서 베티를 외면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맙니다. 코피노와 친구라는 사실을 반 아이들에게 들키는 것도, 자신이 친구도 없이 혼자 다니는 아이라는 사실을 베티에게 들키는 것도 싫었던 까닭입니다. 베티는 이번에도 그런 서연에게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어 줍니다. “네가 좋은 아이든 나쁜 아이든 상관없어. 그냥 너랑 있는 게 좋아.” 하고 말입니다. 

 

서연은 베티와 마음을 나누며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 갑니다. 자신조차 몰랐던 씩씩한 서연, 재미있는 서연, 똑똑한 서연을 베티가 불러내 준 덕분이지요. 그러나 정작 베티는 잘못 옮겨 심은 묘목처럼 하루하루 시들어 갑니다. 자신의 슬픔에 사로잡혀 딸의 마음을 돌아보지 못하는 엄마, 자신의 잘못을 책임질 마음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생물학적 아빠, 앤절라 모녀를 동정하거나 멸시하는 사람들에게 거듭 마음을 다친 탓입니다.

 

서연은 그런 베티를 위해 처음으로 용기를 냅니다. 생물학적 아빠와 억지로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 베티를 데리고 무작정 달아나 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두 아이를 찾아온 어른들에게 말합니다. 베티에게 엄마의 슬픔을 나눠 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어른이 아이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입니다. 베티도 서연의 용기에 힘입어 엄마에게 꼭꼭 숨겨 두었던 속마음을 꺼내 보입니다. “I wan’t him. 나는 그 남자 원하지 않아요.” “I hate him. 나는 그 남자 싫어요.” 그리고 선언합니다. “I am who I am. I’m Betty. I’m not Betty Ang. I’m not Betty Kang. I am who I am. I’m Betty. 나는 나예요. 나는 베티예요. 베티 앙이 아니에요. 베티 강이 아니에요. 나는 나예요. 나는 베티예요.”

 

베티가 필리핀으로 돌아간 뒤, 서연은 다시 혼자 걸어갑니다. 하지만 베티가 불러내 준 진짜 서연이 함께 있으니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혼자라도 당당히 걸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냥 우리로 살아가겠다!

《그냥 베티》는 우리 어린이 문학에서 다루어진 적 없는 코피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이선주 작가는 4만에 이른다는 코피노 가운데 한 아이를 불러내 베티라는 이름을 붙여 우리 아이들 앞에 데려다 놓습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서연과 베티는 닮은 점이 참 많습니다. 숫기라고는 없는 점도, 아니라거나 싫다거나 하는 말을 좀처럼 하지 못하는 점도, K-POP 그룹 중에서도 인사이드원이 아니라 아웃사이드원을 좋아하는 점도 똑같이 닮았습니다. 친구의 마음은 헤아려도 딸의 마음은 영 헤아리지 못하는 엄마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것까지도 말입니다.  

 

그러나 서연은 자신도 모르게 학습된 편견에 매여 베티에게 다가가기를 주저합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는 좋은 나라이고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같은 나라는 나쁜 나라’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입에 올리는 아빠를 부끄러워하면서도 말이지요. 베티는 그런 서연에게 먼저 다가가 아무도 제대로 봐 주지 않던 마음을 봐 줍니다. 그리고 그 마음에 난 생채기를 가만히 어루만져 주지요. 심지어 서연이 자신을 외면했을 때조차 말입니다. 

 

베티가 자신의 마음을 밑바닥까지 봐 준 그 날, 서연은 비로소 베티에게 이끌리는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누군가에겐 코피노로 불릴지라도, 서연에게 베티는 이제 그냥 베티일 뿐입니다. 베티 앙도 베티 강도 아닌 그냥 친구 베티……. 서연과 베티는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면서 세상이 심어 준 편견을 사뿐히 넘어섭니다. 그리고 어른들과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고쳐 가며 ‘진짜 어른’이 되기로 합니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통해 보여 주고자 한 것은 코피노 아이들의 고단한 현실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코피노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서는 안 되는 그 아이들의 존재 자체지요. 그 존재를, 그 마음을 똑바로 바라보는 일이야말로 편견과 혐오를 넘어 공감과 연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테니까요.

 

주요기사

​[아침독서신문] 2019-07-01 여름에 느끼는 우정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