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서 나온 코끼리
꽃에서 나온 코끼리
그림책을 만든다는 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곱고 귀한 것들을 꿈꾸는 일이니까요. 그렇게 얻은 것들을 잘 매만져 우리 아이들과 나누는 일이기도 하고요. 오래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션학교 힐스(HILLS)에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꽃에서 나온 코끼리》, 《아기 꽃이 펑!》, 《아빠 얼굴》 들이 있습니다.
hk3@hanmail.net
“집으로 가는 길, 꽃에서 코끼리가 걸어 나왔다.”
느릿느릿 둘레둘레 걷는 이에게 찾아오는 마법 같은 만남!
황 K 작가는 황동규 시인의 시 〈풍장 58〉에서 이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시인은 달개비 꽃에서 코끼리를, 나비를, 생명을 발견했고, 그림책 작가는 꽃에서 나온 코끼리와 소년을 만나게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코끼리와 소년의 만남이 마치 시와 어린이의 만남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그림책을 만난 어린이들이 언젠가 황동규 시인의 시를 만난다면 어떤 화학 작용이 일어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어른 독자라면 시인과 그림책 작가의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상상력과 시와 그림책의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문법을 비교해 가며 책을 읽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되겠지요.
이 책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은 아이처럼 소박한 필치와 은근한 색으로 눈길을 붙잡는 그림에 있습니다. 작가는 얇디얇은 색지를 조각조각 오려 붙이고 펜과 색연필로 덧칠하는 방식으로 한 땀 한 땀 그림을 완성해 갔습니다. 연약한 생명들이 내뿜는 투명한 빛을 그림에 담고 싶었던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기가 아쉽고 한 장면 한 장면에 오래도록 눈이 머무르게 됩니다. 눈이 그림을 어루더듬는 내내 마음에 봄볕이 내리쬐고 봄바람이 불어오는 까닭이지요. 한겨울에는 손난로처럼 한여름에는 부채처럼 건네고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