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생일은 이렇듯 가슴 뛰는 날이지만, 걱정거리도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초대하지 않은 친구가 불쑥, 그것도 마음에 안 드는 선물을 들고 찾아오면 어쩌나 가슴 졸이는 꼬마 곰(으으으, 선물은 됐어!), 친구들이 제 생일을 잊었을까 애 태우는 사막 여우(에이, 설마)…….
아이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옮겨 온 듯한 글과 그림에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갈 즈음, 작가가 그림 곳곳에 숨겨 놓은 웃음 폭죽이 터지며 함박웃음을 자아냅니다. 물고기 친구들이 가져온 문어의 생일 선물이나 아이의 ‘멀리 사는 친구’, 꼬마 곰의 ‘초대하지 않은 친구’ 들이 바로 그 폭죽이지요.
생일에는 맛있는 음식과 신나는 놀이, 축하해 줄 사람들이 빠져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언제나 그런 생일을 맞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홀로 쓸쓸히 생일을 맞을 때도 있지요. 그렇다고 풀 죽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생일을 축하해 주는 이가 아무도 없다면 스스로 축하해 주면 되니까요.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을 케이크의 촛불 삼아 생일을 자축하는 길고양이가 그렇다고 하네요. 쓰레기장에 버려진 생일 초 주위를 맴돌며 스스로 불꽃이 된 하루살이들도 그렇다고 하고요.
이 두 장면은 아름다운 장면들로 가득한 이 그림책 속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을 만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어떤 어려움과 마주하게 될지라도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선물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긴 까닭입니다.
《너의 날》은 노인경 작가가 첫아이를 기다리며 한 장면 한 장면 완성해 간 그림책입니다. 자신의 아이가, 그리고 세상 모든 아이들이 제 삶의 모든 순간을 생일처럼 주인공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노인경 작가의 첫아이는 일하는 엄마를 배려라도 하듯 책 작업이 마무리될 즈음 아무 탈 없이 세상에 왔습니다. 그 아이에게도, 그리고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도 삶이 두근두근 설레는 선물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