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보통날의그림책 04Nobody owns the Moon

달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지은이
토비 리들
옮긴이
김이슬
출간일
2023년 02월 20일
형태
240×275㎜ , 양장본 , 40쪽
가격
15,000원
ISBN
979-11-5836-389-5
  • 주제어 도시, 삶, 일상, 위로, 공감
  • 대상 연령 전 연령

저자 소개

  • 지은이 토비 리들

    호주 블루 마운틴 산맥의 중심 도시 카툼바 출신이다. 시드니대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했고, 〈디 에이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 〈굿 위켄드 매거진〉에 10여 년간 만화를 연재했다. 이 만화들은 호주 국립 박물관과 멜버른 박물관에서 소장·전시하고 있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좋아하는 그림책과 만화책을 꾸준히 펴냈으며, 특히 그림책 《노래하는 모자(The Singing Hat)》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작가의 또 다른 책 《삼촌의 당나귀(My Uncle’s Donkey)》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호주를 방문했을 때 발견해 직접 일본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후보에 올랐다. 

    https://www.tohby.com/books/

  • 옮긴이 김이슬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비교 문학을 공부했다. 검은 고양이 요요와 살며, ‘꼬리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는다. 옮긴 책으로 《나무 로봇과 통나무 공주》, 《개와 개의 고양이》, 《우리가 바꿀 거야!》, 《숲숲숲!》 들이 있다. 

책 소개




당신의 어떤 하루를 닮은

쓸쓸하지만 찬란한 

도시 생활자 이야기


《달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는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현대의 고전으로, 

어떤 손, 어떤 앞발, 어떤 발굽에도 딱 들어맞는 우정과 존엄성에 관한 이야기다.  

- 숀 탠



“여기는 우리의 도시야!”

도시 생활자의 밤을 비추는 달빛 같은 위로!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빌딩, 여우 클라이브와 당나귀 험프리는 도시 한 귀퉁이에서 살아갑니다. 클라이브는 도시 생활에 훌륭히 적응한 거의 유일한 야생 동물입니다. 꽤나 영리한 데다 무슨 일이든 곧잘 해내지요.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좀 더 여우다운 일을 합니다. ‘클라이브'는 도시의 삶에 어울리도록 스스로 지은 이름입니다. 클라이브의 진짜 이름은 여우들만 발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클라이브의 친구 당나귀 험프리는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동물 중 하나입니다. 험프리는 클라이브와 달리 도시에서 살아가는 일이 힘겹기만 합니다. 일정한 수익도, 집도 없지요. 이 일 저 일 닥치는 대로 해 보지만 그 어떤 것도 오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클라이브는 험프리의 낡은 가방 속에서 종이봉투 하나를 발견합니다. 험프리가 배가 고파 먹으려고 길에서 주운 것이지요. 종이봉투 속에는 초대권 한 장이 들어 있습니다. 도시의 잿빛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한 반짝이는 초대권 한 장. 이 초대권은 이들을 어디로 데려가 줄까요? 

 

 

화려한 공연, 달콤한 저녁 식사 

거짓말 같은 한때를 보낸 두 주인공이 보여 주는 

이 시대의 우정 그리고 존엄성에 대하여

 

세상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다양한 사건‧사고들로 들끓습니다.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이 일어나는가 하면, 전쟁, 난민, 실업, 고독사에 이르기까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합니다. 시시때때로 터지는 사건을 두고 사람들은 연민에 휩싸이는 한편, 그 일이 내 일이 될까 불안감을 느끼곤 합니다. 

몇 해 전 스페인 여성 철학가 아델라 코르티나는 사회 문제 중 하나로 ‘가난 혐오증’을 주목했습니다. 현대인이 두려워하고 경멸하는 대상은 낯선 이방인이나 타 인종이 아닌 ‘가난’과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가난이 공포의 대상을 넘어 경멸의 대상이 되고만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씁쓸하기만 합니다. 사람들은 가난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몇몇은 그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타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며 부와 명예를 독차지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이 험한 세상을 따로 또 같이 헤쳐 나가는 클라이브와 험프리의 우정과 연대가 더욱 빛나 보입니다. 클라이브와 험프리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야생 동물이지만 삶의 조건은 조금 다릅니다. 클라이브는 작지만 아늑한 거처도 있고 단순 근로직일망정 직업도 있습니다. 하지만 험프리는 이리저리 떠돌며 살아가는 일용직 근로자이지요. 둘의 시작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삶의 조건과 기준, 취향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이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클라이브와 험프리는 여전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꿈같은 일이 벌어지던 그날도 그러했습니다. 클라이브는 여느 때처럼 험프리를 찾았습니다. 험프리는 어느 혁명가의 동상 밑에 힘없이 앉아 있었지요. 하지만 클라이브는 자신의 잣대로 그를 판단하거나 섣부른 조언을 던지거나 어설픈 연민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저 말없이 바라볼 뿐이지요. 

얼마 뒤 클라이브는 험프리의 낡은 가방 속 종이봉투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 종이봉투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는 험프리는 자신을 기꺼이 찾아와 준 클라이브에게 종이봉투를 건넵니다. 배가 고프면 자신이 먹을 요량이었던 그것을 말입니다. 클라이브는 종이봉투 속에서 유명 극작가의 개막작 VIP 시사회 티켓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공연과 근사한 티타임을 가집니다.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달콤하고 씁쓸한 하루를 말이지요.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는 하얀 달 

"AD ASTRA PER ASPERA! 고난을 넘어 별을 향해!" 

 

《달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는 첫 장부터 다양한 볼거리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평화로이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클라이브 뒤로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삼나무가 있는 밀밭 A Wheatfield, with Cypresses〉 액자가 걸려 있는가 하면, 레스토랑에서 위태롭게 서빙을 하는 험프리 옆엔 현재 상황을 대변하듯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주인공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아이콘들을 곳곳에 숨겨 둔 것이지요.  

작가 토비 리들은 여기에 현실감을 더하는 콜라주 기법과 다큐멘터리적인 서사 방식으로 이야기의 몰입감을 더합니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관객에게 감동이나 깨달음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을 억누르며 도시에서 살아가는 두 젊은이가 짊어진 슬픔 무게를 고스란히 독자의 가슴에 안겨 주지요. 

작가는 이 책을 만들며 도시를 가혹한 디스토피아로 표현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도시가 바쁘고 복잡한 공간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놀라운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믿는 까닭입니다. 춥고 배고픈 삶을 살지라도 낡은 가방에 시집 한 권쯤은 넣고 다니며 오늘을 살아갈 힘을 놓지 않는 험프리처럼 말입니다. 그 시집이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 휘트먼의 《풀잎》인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며 길거리를 배회하는 이들이 있다면, 《달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를 건네 보세요. 라틴어 속담처럼 ‘고난을 넘어 별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설 수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