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영상] 백희나 작가, 2020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 영상

작성일
2020.04.01
작성자
관리자
조회수
62,980

 


백희나는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재탄생시키고 있다. 백희나의 매혹적인 그림책 세계는 우리를 사로잡고 놀라게 하고 즐겁게 하며 감동시킨다.”

_엘리나 드루커(Elina Druker, 스톡홀름 대학 아동문학과 교수)의 심사위원 논평 중




[수상작 발표 영상 전문 번역]

 

요한: 안녕하세요? ALMA 2020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요한 파름벨입니다. 저는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이기도 하고 린드그렌의 증손자이기도 합니다. 린드그렌 상은 아동문학과 제 증조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2002년에 스웨덴 정부에 의해 제정되었습니다. 올해는 린드그렌의 아파트인 여기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문화부 장관 인사말-생략)

 

요한: 이제 동료 심사위원을 소개하겠습니다. 엘리나는 스톡홀름 대학 아동문학과 교수입니다. 엘리나, 올해는 67개국에서 240명의 후보자가 있었습니다. 올해는 특히 더 흥미로웠지요?

 

엘리나: , 세계 각국의 서로 다른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건 언제나 기쁜 일입니다. 한 해 동안 책과 이야기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는 건 참 신나는 일이기도 하지요.

 

요한: 맞아요. 강령에 따르면 수상자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이념을 따라야 한다고 되어 있어요. 이게 무슨 뜻이지요?

 

엘리나: 우린 아동 문학이 여러 가지 방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열독자를 양산하는 것 외에도 책읽기를 경험하는 것이 그렇지요.

 

요한: , 그럼 이제 심사위원장님이 올해의 수상자에 대해 발표를 하시겠습니다.

 

심사위원장 보엘 웨스틴: 오늘 아침 우리 심사위원들은 마지막 온라인 회의를 가졌습니다. 이제 발표하겠습니다.

2020 ALMA는 한국의 그림책 작가인 백희나 씨에게 돌아갔습니다.

 

심사평:재료와 표정, 그리고 동작에 대한 정교한 감각으로, 백희나는 고독과 연대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책 무대에서 마치 영화처럼 보여 준다. 과거를 소환하는 그녀의 미니어처 세계에서는 구름빵과 달샤베트, 장수탕 할머니와 동물과 사람이 어우러져 있다. 그녀의 작품은 감각적이고 아찔한 경이의 세계로 가는 출입문이다.”

이제 30분 전에 수상자와 통화한 내용을 들려 드리겠습니다.

 

(통화 내용-생략)

 

요한: 이제 제 동료 엘리나가 수상자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엘리나: 백희나는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한국의 그림책 작가이다. 작품 대부분을 정교하게 제작한 미니어처와 배경, 섬세한 조명과 사진으로 만들었다. 영화에 대해 공부하고 광고업계에서 일하다 딸이 태어나면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첫 작품인 구름빵에서 백희나는 새로운 시각적 표현을 구현하는 혁신을 이루었다. 책의 주요 캐릭터와 그들이 사는 집과 배경 모두 종이와 판지로 만들었다. 종이로 만든 평면적인 등장인물들과 입체 공간이 대비되며 독자들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역동적이고 마술적인 세계가 펼쳐진다.

(구름빵내용 소개)

 

구름빵은 우리가 서로를 돌볼 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기적 같은 효과를 상징한다. 첫 작품 이후 백희나는 매우 독창적인 그림책 세계를 발전시켜갔다. 그녀는 극본 같은 이야기와 무대 같은 배경을 만들어 조명으로 극적인 효과를 냈다. 이런 기술은 어린이들을 위한 놀잇감책의 오랜 전통과 연관이 있는데 백희나는 자신만의 독창적 기술과 예술적 방법으로 이 분야를 발전시켰다.

 

백희나의 초기 작품들에는 종이나 천으로 만든 인형들로 가득 찬 인형 집(dollhouse)이 자주 등장한다.

(달 샤베트내용 소개)

백희나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인형 집을 새로운 경지로 이끌었다. 독자들은 하나씩 개별적으로 꾸며진 입주자들의 아파트를 들여다볼 수 있다!

독자들은 숨 막힐 듯한 어둠과 명멸하는 불빛의 대비를 통해 한여름의 열기를 눈으로 보듯이 체감하고, 뚝뚝 녹아내리는 달과 웅웅거리는 에어컨, 냉장고 소리를 진짜 듣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백희나의 작품 세계는 풍부한 시각적 디테일도 그렇지만 오감 전체로 책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놀랍기만 하다.

 

백희나는 종종 공간과 재료로 주목을 끄는데 그녀의 기술은 핍박스(peep-box)나 디오라마를 연상케 한다. 작가 스스로 히치콕 감독의 이창에서 영감을 받아 구름빵을 만들었고 이 개념은 다시 달 샤베트의 아파트 건물에서 재현된다.

어제저녁에서는 아코디언북 형태를 취함으로써 아파트 건물과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삶을 더 강하게 연결시킨다.

 (어제저녁내용 및 특징 설명)

 

이후 작품들(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나는 개다)에서 백희나의 캐릭터들은 점점 더 강하게 표현된다. 캐릭터들은 진흙으로 빚은 단단한 몸을 갖게 되는데 이들은 해부학적 구조를 잘 표현할 뿐더러 몸짓 언어와 얼굴 표정도 확실하다. 배경 또한 다양한 조명과 다층적인 시각적 깊이 및 공간감을 통해 더욱 영화적인 스타일로 발전한다. 이런 작업은 지난하고 품이 많이 든다. 각각의 캐릭터마다 원하는 몸짓과 외형, 자세를 만들기 위해 백희나는 서로 다른 자세를 가진 다수의 다양한 진흙 인형을 만든다. 그런 다음 인형에 색칠하고 옷을 입힌다.

 

백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영감을 받고 그림책 형식과 이차원 이미지의 한계 속에서 창조적인 도전정신을 찾는다고 말해 왔다. 인형을 만들고 조명을 비추고 작디작은 디테일에 주의를 쏟는 모든 노력들은 그 자체로 놀라울 뿐만 아니라 결과물에 있어서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중략)

 

캐릭터만큼 배경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녀는 흡사 만화영화에서처럼 공간을 만들고 확장시킨다. 거기에 조명을 비춰 공간을 뚜렷하게 만들고 독특하고 매혹적이며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클로즈업과 롱 샷을 리듬감 있게 반복하며 시야는 전형적으로 어린이 등장인물의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장수탕 선녀님에서 백희나는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온 마음을 다해 경험하는 아이들의 능력을 매우 잘 구현해 냈다. 냉탕에서 노는 기쁨과 열탕에서 즐기는 모습은 완벽에 가깝다. 소녀와 할머니의 발가벗은 몸은 미묘하게 다르면서도 사실적이다. 소녀와 할머니가 물속으로 함께 잠수하는 즐거운 장면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이다.

 

백희나는 대부분 아이들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매우 세련되고 유머러스하게 어른들의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그 한 예가 장수탕 선녀님이다.

 (또 다른 예로 팥죽 할멈과 호랑이소개)

 

달 샤베트의 주인공은 늑대 할머니인데 할머니 덕분에 주민들은 시원한 달 샤베트를 먹을 수 있고 달님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달 토끼-아시아 옛이야기 속 등장인물). 다시 말해 백희나의 작품은 강력한 세대 간 상호연관성을 지닐 뿐 아니라 문학적 전통 요소를 생생하게 탐색하고 통합한다.

 

백희나의 그림책은 마법과 경이로움의 세계로 통하는 문이나 다름없다. 가장 좋은 예가 삐약이 엄마이다. 이 작품은 그녀의 전 작품을 통틀어 몇 안 되는 그린(drawn) 작품이기도 하다.

 (삐약이 엄마내용 소개)

 

마법에 홀린 것 같은 일상은 백희나의 이야기에서 종종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더불어 개인적 관점에 초집중함으로써 그녀는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의 정서적 삶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동동이가 주인공인 알사탕이 대표적이다.

 (알사탕내용 소개)

 

이야기는 동동이의 독백 형식으로 흘러가는데, 이야기 속에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사건들과 동동이의 정서적 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뚜렷하지 않은 결말을 통해 작가는 동동이가 어떻게 자신과 타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동동이가 아빠와 더 가까워지고 외롭던 존재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알사탕의 또 다른 특징은 작가가 한글인 텍스트를 시각적 이미지와 줄거리에 통합시킨 방식이다. 이런 기법은 이전 작품들에서도 보였으나 알사탕에서 그 진면목이 보인다. 특히 고된 일상에 녹초가 된 아빠와 동동이의 복잡한 관계를 묘사하는 데 그렇다. 아빠의 끝없는 잔소리는 숨 막힐 것 같은 글자 블록으로 책의 한 면을 다 채운 반면 동동이를 향한 무언의 애정은 빛을 내며 공중을 떠돈다. 이후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장면에서 작가는 비슷한 연출을 한다. 가볍게 둥둥 뜬 채로 작별인사를 한다. '안녕, 안녕, 안녕.' 세상은 생명과 영혼이 공존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이 기법은 시적인 웅장함을 지닌다. 


개인적 관점을 극대화하는 독백은 가장 최근작에서도 나타난다. 《알사탕》의 프리퀄 형식인 《나는 개다》에서 화자는 동동이네 개다.

(《나는 개다》 내용 소개)


다양한 얼굴 표정과 의미심장한 표정과 몸짓, 그리움/슬픔/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자긍심까지, 미묘하게 다른 개의 특징을 특별하게 묘사함으로써 이야기는 동물들의 욕구와 감정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다.

백희나는 새로운 기술과 예술적 방법의 대담하고 확고한 발전을 통해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재탄생시키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예술적 방법이란 수작업과 애니메이션 양쪽에서 가져온 요소들을 새롭고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책에 접목하는 것을 말한다. 백희나의 재료와 공간, 물리적 형태와 몸짓에 대한 감각은 인상적이고 혁신적이다. 복잡하게 구성된 그녀의 그림책은 다양한 읽기와 깊은 사색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뛰어난 솜씨가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백희나의 매혹적인 그림책 세계는 우리를 사로잡고 놀라게 하고 즐겁게 하며 감동시킨다. 놀이와 상상의 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그러하듯 아이의 관점은 그녀의 작품들을 관통한다. 그녀의 그림책들은 합창하듯 우리를 부른다. 그들의 세계로 들어오라고. 그리고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라고.


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홈페이지 http://www.alma.se/en/Laureates/2020/ 

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수상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atiGjVLNEGU 

About Author http://www.bearbooks.co.kr/sub/writer_list_view.php?idx=68